
베트남 일대가 프랑스의 식민지이던 20세기 초, 프랑스인들은 북부와 남부에 각각 그들만의 휴양지를 개발했다. 북부엔 베트남과 중국의 접경 지대에 있는 사파, 그리고 남부에선 달랏이 ‘간택’받았다. 그 만큼 자연 환경이 뛰어나다. 연중 봄, 가을 같은 서늘한 기후 덕분에 달랏은 베트남 사람들한테도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달랏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오랜 기간 외국인 투자의 사각 지대나 다름없었다. 7월말 기준 달랏의 외국인 투자(FDI) 누적 금액은 약 5.5억달러다. 프로젝트 총수는 105개에 불과하다. 한국인 관광객만 연간 150만명 가량 방문하는 다낭, 총160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남부의 휴양섬 푸꾸옥 등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외면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달랏이 속한 럼동성의 유일한 항공 관문인 리엔크엉 공항엔 활주로가 하나 뿐이다. 고속도로는 고사하고, 외부와 달랏을 이어주는 잘 닦인 지방도로도 부족하다. 럼동성 정부가 각국 투자 사절단에 나눠주는 자료에 유독 교통 인프라 부분에만 ‘투자자본 호소’라는 제목이 달려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단점이 오히려 달랏의 숨은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2020년까지 달랏을 중앙 정부 직할시로 승격하기로 하는 등 달랏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호재다. 응우옌 반 옌 럼동성 부성장은 “달랏에는 5성급 호텔도 손에 꼽을 정도로 부족하다”며 “대형 엔터테인먼트 시설, 백화점 등 관광 인프라의 확충도 해결 과제”라고 설명했다. 연간 달랏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600만~800만명 가량이다. 럼동성에 따르면 이 중 외국인은 48만명 수준이다.

관광 뿐만 아니라 달랏의 ‘하이테크 농업’에도 우리 기업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하이테크 농업은 럼동성이 투자 유치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고온다습한 베트남 대부분의 지역과 달리 달랏 등 럼동성의 주요 도시에선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첨단 농업’이 가능하다. 달랏 딸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달랏의 자생종인 노지 딸기는 크기도 작고, 특유의 시큼한 맛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진다. KBIL 비나 등 한국 업체가 달랏 땅에 한국 딸기종의 재배를 성공시킴으로써 달랏 딸기의 고급화를 이끌었다. 달랏의 또 다른 특산품인 생우유 역시 한국의 축산 기술로 상품화됐다.
박남홍 KBIL 비나 대표는 “최근 1~2년 사이에 투자 자문을 위해 만난 한국의 공무원과 업체 사람들이 주고 간 명함만 500장이 넘는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주관하고 있는 GSP(황금종자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럼동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영지버섯, 백합구근 등의 종자를 달랏 등 럼동 땅에서 시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응우옌 반 옌 럼동성 부성장은 “럼동성은 채소(연간 300만t), 화훼류(연 30억 송이), 커피 원두(연 55만t), 차(茶, 연 20만t), 실크(연 600만m) 등 5대 농업 수출품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분야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해외 투자자들이 제조·가공 분야에 진출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투자 유인을 위해 럼동성은 파격적인 투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공장 등을 짓기 위한 수입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영업소득세도 4년간 면세다. 하이테크 농업 및 농림업물 가공업에 대해선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 3개월 간 직업훈련도 지원해준다. 옌 부성장은 “농업 면적이 총 30만ha고, 이 중 5만ha를 하이테크 농업용지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달랏=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