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E=mc²)을 완성한 것도 결국 수학의 힘이었다는 것이 학계의 비사(秘史)다.

그가 한창 연구에 골몰하던 19세기 말엔 마침 ‘리만 기하학’이 새로 등장했다. X, Y, Z 세 축과 시간(t)으로 이뤄진 곡면 공간에서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기하학이다. 이전까지 지배적이었던 평면 기하학(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수학 혁명’이었다.

수학계 한 관계자는 “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딱 부합하는 기하학이 바로 리만 기하학”이라며 “이 수학적 도구가 없었다면 아인슈타인의 업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상 최고의 수학자로 평가받는 다비트 힐베르트는 아인슈타인이 학문적 장벽에 부딪힐 때마다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힐베르트는 기하학, 미적분학 등 현대 해석학의 토대를 놓은 인물로 평가된다.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적 공식 배경을 ‘힐베르트-아인슈타인 작용계’라고 부르는 이유다.

힐베르트는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란 말을 남기기도 했다. 만물의 이치와 산업 저변에 자리한 수학의 힘을 상징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힐베르트 등 다수 수학자의 지원 덕에 아인슈타인은 1905년 특수상대성 이론에 이어 1916년 일반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핵폭탄 개발(맨해튼 프로젝트)로 직결됐다. ‘인류 최대이자 최악’의 발명품이라는 핵폭탄 뒤에 수학과 물리학이 있었던 셈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