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전 세계 주요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지만 유독 대만 경제만 잘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의 용’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높은 관세를 피하고자 대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중국의 생산기지를 대거 본국으로 유턴시키면서 대만 경제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의 龍' 중 혼자 잘나가는 대만…美·中 무역전쟁 반사이익
18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전날 대만 행정원 통계청은 대만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를 2.46%로 발표했다. 지난 5월 대만 정부가 내놓은 예상치 2.19%보다 0.27%포인트 올렸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58%로 전망했다.

대만 경제성장률은 2017년 3.08%, 작년 2.62%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만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주요국들이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추세와 대비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싱가포르 등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잇달아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당초 2.5%에서 2.2%로 낮췄다. 싱가포르 정부도 1.5~2.5%로 전망했던 자국 경제성장률을 0~1%로 하향 조정했다. 반정부 시위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홍콩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0~1%로 대폭 내렸다. 경제에서 교역 비중이 큰 독일은 2분기 -0.1%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당초 대만도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올해 GDP 증가율이 2%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대만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오히려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의 수출을 제재하면서 대만이 미국에 대한 수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5월 중국산 제품 수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지만 대만산 제품은 같은 기간 23% 증가했다.

자유시보는 “대만 기업들은 대부분 주문품을 중국에서 생산했지만 작년 하반기 미·중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대만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기업들이 자국에 생산시설을 확충하면서 민간 설비투자가 대만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대만에는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을 비롯해 각국 IT 기업들의 기기를 생산하는 업체가 많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와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업인 윈본드 등이 대표적이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중국 생산시설을 대만으로 이전하려는 투자 신청은 5000억대만달러(약 19조3400억원)로 집계됐다. 대만 현지 언론들은 “대만 공장 상당수가 공장 이전을 실행에 옮겼다”며 “향후 미국을 상대로 하는 수출 기지로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대만 경제도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대만 통계청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글로벌 증시·환율·채권 변동, 국제 정치 정세 등 불확실한 리스크가 많다”며 “이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