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발표한 규정은 미 의회가 지난해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에 따른 조치다. 국방수권법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와 ZTE,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다화, 하이테라 등 5개 중국 기업의 장비 구입에 연방 재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들 업체의 장비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중국 당국에 넘어가 스파이 행위에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화웨이는 지난 3월 이 같은 국방수권법 조항이 부당하다고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발표한 규정은 오는 13일부터 발효되며 향후 60일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규정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내년 8월부터 관련 중국 업체 장비를 사용하는 기업과의 계약에도 적용되는 더욱 광범위한 금지 조치가 발효된다고 전했다. 자코브 우드 백악관 예산관리국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적으로부터의 방어에 전념하고 있다”며 “화웨이 장비를 포함해 중국 통신·감시 장비에 대한 의회의 금지를 충실히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세계 통신장비업체 1위인 화웨이는 미국으로부터 이중삼중의 제재를 받게 됐다. 화웨이는 이미 미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 기업과의 거래 제한 조치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거래 제한을 일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안보에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선 거래 제한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규정 발표는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9월부터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중국 제품이 ‘관세폭탄’을 맞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2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환율전쟁까지 선언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