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2분기 영업손실 274억…20분기 만에 적자전환
제주항공의 영업이익 흑자 행진이 20분기 만에 멈췄다. 올해 2분기 제주항공의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LCC의 여객기 공급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 여행 수요 증가 둔화 등 업황 부진과 원화 약세 등 거시경제 변수 악화가 겹친 결과다.
제주항공의 2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금융투자업계의 예상치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2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68억원이었다. 시장 예상 수준의 4배의 적자를 낸 것이다.
2분기 매출은 31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5% 늘었다. 당기순손실의 경우 295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경쟁 심화 속 국제여객 단가 하락 등이 2분기 영업이익 적자 전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지방공항발 노선의 국제선 공급을 키웠지만 수도권 만큼 수요 기반이 안정적이지 못해 비수기 계절성이 더욱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이 국제선 공급(ASK·유효좌석킬로미터)을 31% 늘렸지만 여객수송(RPK·유상여객 킬로미터)은 20%밖에 증가하지 못했다"며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고, 탑승률은 8%포인트나 급락해 80%에 머물렀다"고 진단했다.
다만 제주항공은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295억원, 당기순이익 126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은 49.1%, 순이익은 76.5% 감소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7058억원으로 19.3% 늘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반기 매출이 7000억원을 넘어섰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게 위해 중국 신규 취항 중심의 노선 다변화, 부가매출 확대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성수기지만…전문가 "일본 여행 보이콧 타격 불가피"
연중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도 제주항공의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전체 매출의 27%(지난해 말 기준)를 차지하는 일본 노선의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여행자들이 1~2개월 전에 여행계획을 세운다는 점에 비춰 7월부터 부각된 한·일 갈등에 따른 업황 악화가 9월께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여행객 감소로 인한 관련 노선의 피해는 점차 두드러질 것"이라며 "일본 노선의 수송객이 10% 감소한다고 가정할 때 예상되는 제주항공의 매출 손실은 연간 367억원"이라고 추산했다.
하반기부터 국제선 공급 증가율이 둔화되지만 일본 여행 수요 부진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종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동남아·중국 노선의 상쇄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기재운영 효율성 저하 등으로 인한 실적훼손 가능성을 고려하면 하반기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년7개월 만에 1200원을 뚫은 원·달러 환율도 우려 요인이다. 항공사들은 항공유와 항공기 등을 외화로 결제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15.3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제주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24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보다 38% 증가한 수치이나 하향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한국투자증권은 380억원, 메리츠종금증권은 331억원을 제시한 상태다.
증권사들은 부진한 실적과 우울한 전망을 반영해 제주항공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이 3만9000원에서 3만4000원으로 낮췄고, 유진투자증권(3만3000원→2만7000원), 메리츠종금증권(4만4000원→3만8000원), NH투자증권(4만1000원→3만1000원)도 목표가를 내려잡았다.
하반기 부진한 실적 전망은 제주항공 외에 다른 LCC들도 마찬가지다. 지방공항발 일본 노선을 축소하고 중국 노선의 신규 취항과 증편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CC의 일본노선 비중은 통상 30% 안팎이고, 최대 67%(에어서울)에 이른다. 특히 LCC들이 인천공항의 슬롯 포화로 지방공항 위주로 공급을 늘린 점이 부메랑 효과로 돌아왔다. 지방공항의 일본 여객 비중이 40%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운 연구원은 "결국 LCC의 성장을 뒷받침하던 일본 관련 수요와 규모의 경제가 모두 꺾인 상황으로 공급 확대 속도를 늦춰야 하는 시점"이라며 "제주항공 주가는 7월 이후 28%(6일 종가 2만4000원 기준) 하락해 상장 이래 최저점이지만 LCC 성장 자체가 꺾인 상황이라 저평가 상태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미 둔화하고 있던 단거리 여객 수요에 일본 여행 불매 운동의 타격이 더해지고 있다"며 "하반기 LCC들의 이익 하방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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