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은 편의점 CU의 독립기념일이다. 2012년 일본 편의점 브랜드 ‘훼미리마트’ 대신 독자 브랜드 ‘CU’ 간판을 서울 방이동 올림픽광장점에 처음 내건 날이다. 회사명도 보광훼미리마트에서 BGF리테일로 바꿨다. 편의점 사업을 위해 훼미리마트 브랜드를 라이선스 계약으로 들여온 지 22년 만이다. 7년이 지나 CU는 전국에 1만4000개 점포를 운영하는 1위 기업이 됐다.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CU 경영진은 요즘 2012년 훼미리마트와 결별한 것에 안도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피해를 다시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사진)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과거 일본과 브랜드 협상을 할 때 일본 측 주장대로 몇 가지를 개선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으면, 지금 우리 가맹점주와 임직원이 과연 떳떳하게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아무리 어렵더라도 때를 놓치지 않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홍 회장 말대로 독립은 쉽지 않았다. 홍 회장은 2010년 임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과나무 열매가 잘 열리고 과일도 수확이 잘되지만 정작 나무가 우리 것이 아니다.” 훼미리마트에서 독립해 국산 브랜드를 만들라는 지시였다. 전담팀이 구성됐다. 2년 뒤 BGF리테일은 훼미리마트에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일본 측은 “한국에서 편의점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훼미리마트의 브랜드 파워 덕분”이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법적 대응도 거론했다. 고검장 출신인 홍 회장은 “법적인 문제는 걱정하지 말고 결별 수순을 밟으라”고 지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CU란 브랜드가 나왔다. 당시 전국 7700여 개 점포의 간판을 바꿔 다는 데 필요한 비용은 전액 본사가 부담했다.

지금도 ‘전신이 일본 훼미리마트’라며 CU를 ‘일본 기업’이라고 공격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하지만 CU는 현재 훼미리마트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2014년까지 CU 지분 25%를 훼미리마트가 갖고 있었지만 상장 과정에서 모두 매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