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서 유통되는 빈 컨테이너 절반가량은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만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부산항 신항과 북항의 9개 터미널 전체를 대상으로 빈 컨테이너 유통실태를 조사한 결과, 44.3%가 손상됐거나 이물질이나 벌레 등이 들어 있었다고 15일 밝혔다.

항만공사는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각 터미널에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용으로 반출된 빈 컨테이너 3만1천830개 중 1천877개를 표본 조사했다.

부산항 모든 터미널을 대상으로 빈 컨테이너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와 하반기 각 1차례 조사를 했지만, 신항 일부 터미널만 대상으로 했다.

올해 조사 대상 컨테이너의 불량 비율은 44.3%였다.

외국에서 수입한 빈 컨테이너(1천51개)는 불량률이 51.0%로 국내 수입화주가 물품을 빼내고 반납한 재유통 컨테이너의 38.3%보다 훨씬 높았다.

불량 컨테이너는 내외부가 손상됐거나 안에 폐기물과 쓰레기 등이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컨테이너는 수송을 맡은 트레일러 기사들이 빗자루나 물걸레 등으로 청소하거나 간단한 수리를 해서 화주에게 가져갔다.

일부는 상태가 너무 나빠 선사가 지정한 수리·청소업체에 가져다주고 다른 것으로 교체해야 했다.

특히, 수입 컨테이너 9개에서는 거미와 바퀴벌레 등 벌레가 산 채로 발견됐다.

부산항만공사가 지난해 하반기 벌인 실태조사에서도 외국에서 들여온 컨테이너 51.0%의 상태가 불량했다.

수입화주들에게서 개당 2만5천~4만원을 청소비 명목으로 받는 선사들은 반납된 빈 컨테이너를 깨끗하게 청소할 책임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트레일러 기사들이 청소나 수리를 떠맡아 시간을 허비하고, 아무런 보호장구도 없이 컨테이너 안 폐기물이나 쓰레기 등을 치우느라 건강에 위협을 받는다.

항만공사 조사 결과 깨끗한 컨테이너의 경우 트레일러 기사가 상차 후 부두 밖으로 나가는 데 11분가량 걸렸지만, 상태가 불량한 컨테이너는 청소나 수리, 교환하느라 짧게는 3분 길게는 14분 정도 더 걸려 기사들이 그만큼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 해충들이 컨테이너를 통해 국내로 유입해 생태계를 교란한 위험도 상존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항만을 통한 외래 해충 유입에 대비해 각 부서에 흩어진 검역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체계적인 방역 체계를 갖추고, 빈 컨테이너를 항만배후단지 한곳에 모아 일괄 관리하는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항만공사는 이날 해양수산부, 부산해양수산청, 세관, 검역본부 등과 회의를 갖고 빈 컨테이너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불량 컨테이너로 인한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논의했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불량 컨테이너로 인한 트레일러 기사들의 고충과 생태계 교란 위험 등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실태를 조사해 결과를 관계 기관과 공유하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데 애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