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존스 지수가 사상 처음 27,000을 넘어선 11일 오후 4시(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클로징 벨’(폐장) 행사 타종을 한국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맡았다. 지난 5월부터 뉴욕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이 회사의 인공지능(AI) 상장지수펀드(ETF) 2종의 상장을 기념해서다. 이날 NYSE 건물 정면 외벽엔 성조기와 태극기가 함께 내걸렸다.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사진)는 “한국 기업이 AI 기반 ETF를 미 증시에 상장시킨 건 처음이며, 미국에서도 상장된 AI ETF는 현재 7개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엔지니어 20여 명이 모두 한국 대학 출신”이라며 토종 기술로 AI ETF를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ETF 2종목(티커명 QRFT, AMOM)은 S&P500 지수를 추종하며 딥러닝을 통해 △모멘텀 △가치 △소형주 △저변동성주 △우량주 등 투자 방식을 조절해 초과수익을 추구한다. 목표 수익률과 데이터를 입력하면, AI가 시장 상황을 판단해 대응한다.

김 대표는 “상장 한 달여가 지났는데 두 종목의 수익률 모두 벤치마크인 S&P500 지수 상승률보다 1%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운용자산도 각각 300만달러 이상으로 상장 이후 각각 100만달러 넘게 늘었다. 김 대표는 “6개월 정도 더 우수한 실적을 쌓으면 돈이 몰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NYSE의 더글러스 요니스 ETF 상품 총괄은 “상장 초기임을 감안하면 성과가 좋다”며 “앞으로 ETF에서도 AI 상품들이 크게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을 졸업할 무렵이던 2006년 퀀트 펀드를 개발해 지인의 돈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몇 년 만에 10억원이 5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뜻이 맞는 후배들과 2016년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를 세운 뒤 AI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뉴욕증시 상장을 선택한 이유로 “뉴욕의 ETF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데다 상장 규제도 국내보다 적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액티브 ETF 상장의 경우 채권형은 허용되지만, 주식형은 규제가 많다. 김 대표는 “앞으로 더 좋은 상품을 개발해 세계 최고의 AI ETF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