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실적에서 홍콩증권거래소(HKEX)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제치고 세계 1위 시장에 오를 전망이다.

홍콩거래소, IPO '세계 챔피언'…뉴욕 제쳤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홍콩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125개로, 이들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365억달러(약 41조1000억원)에 달했다. IPO 기업의 자금 조달액이 전년 대비 175.5% 급증했다. 세계 IPO 시장에서 홍콩거래소가 차지한 비율(금액 기준)은 17.6%를 기록했다.

지난해 1위였던 뉴욕거래소는 64개 기업, 금액으로는 289억달러의 IPO를 유치하는 데 그쳐 2위로 밀려났다. 점유율은 13.9%였다. 3위는 일본 도쿄거래소, 4위는 미국 나스닥이 차지했다.

홍콩거래소는 세계 IPO 시장에서 2015년과 201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뉴욕 시장을 선호하면서 지난해엔 뉴욕거래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에 홍콩거래소는 30년 만에 상장 규정을 뜯어고치며 IT 기업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대주주가 경영권을 보다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했고 매출과 수익이 없는 이른바 ‘매출 전 단계 기업’의 IPO도 허용했다.

차등의결권은 한 개 주식에 한 개 의결권을 주는 게 아니라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설 수 있는 대표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미국은 1994년 차등의결권을 도입했고 이 덕분에 뉴욕거래소는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많은 IT 기업의 IPO를 유치할 수 있었다.

홍콩거래소는 IPO 기업의 다변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규 상장 기업에 유입된 자금 중 통신과 하이테크 분야 비중이 39%로, 작년(10%)보다 크게 늘었다. 그동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금융업은 지난해 32%에서 올해 9.5%로 감소했다.

올해 홍콩거래소에서 최대 규모 IPO를 한 기업은 중국 최대 통신인프라 기업인 차이나타워로 지난 8월 69억달러를 조달했다. 7월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홍콩증시에서 54억달러 규모의 IPO에 성공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