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아 e스포츠 살린 팬들
국내 e스포츠 팬들의 응원 방식이 변하고 있다. 단순 관람에서 나아가 상금을 직접 후원하는 게임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게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히오스)의 e스포츠 대회인 ‘히오스: 리바이벌’(사진)이 대표적이다.

이 게임 제작사인 미국의 블리자드는 지난해 12월 히오스의 e스포츠 리그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회사의 역량을 다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세계 곳곳의 히오스 팬과 프로게이머들은 충격에 빠졌다.

한국은 달랐다. 히오스 e스포츠 경기를 중계해온 동영상 유통 서비스인 아프리카TV를 중심으로 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히오스: 리바이벌’이라는 새로운 히오스 e스포츠 리그를 만들었다. 지난 3월 14일부터 결승전이 열린 4월 27일까지 팬들의 후원금 2559만1000원이 모였다. 모두 대회 상금으로 쓰였다. 아프리카TV는 상금 일부와 경기 제작·중계 등을 후원했다.

이 대회의 성공으로 ‘히오스: 리바이벌’ 두 번째 리그(시즌2)도 확정됐다. 오는 13일 결승전이 열린다. 지난 9일 기준으로 900만원이 넘는 상금 후원금이 모였다. 폐지된 히오스의 e스포츠 대회가 팬들의 후원으로 살아났다는 소식에 국민은행이 메인 스폰서로 나섰다.

넥슨의 인기 게임 ‘크레이지 레이싱 카트라이더’(카트라이더)의 e스포츠 경기도 팬들의 후원금으로 상금이 마련되고 있다. 카트라이더 e스포츠 대회 중 하나인 ‘2019 돼지바 카트라이더 BJ멸망전 시즌1’에서도 후원사인 롯데푸드가 지원한 상금에 팬들의 후원금을 더해 최종 우승상금이 정해진다.

이용자가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e스포츠를 후원하는 경우도 있다. 카트라이더 이용자가 게임 내 특정 아이템을 구입하면 판매수익이 e스포츠단과 선수에게 돌아간다.

김세환 넥슨 e스포츠팀 팀장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안정적인 수입과 연습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이번 프로젝트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게임업체 밸브의 유명 게임 ‘도타2’도 게임 이용자가 게임 관련 상품(전투패스)을 구입하면 해당 금액의 25%가 e스포츠 대회 상금으로 적립된다. 지난해 2551만달러(약 301억원)가 모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