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모자상·저승의 神·전차…로마 이전 지중해 문명이 왔다
전시는 에트루리아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개관을 시작으로 천상의 신과 그 신들에게 바친 봉헌물, 시와 음악·무용·연희를 즐긴 에트루리아인의 삶, 내세가 있다고 믿었던 종교관과 저승의 신, 로마문화에 남은 에트루리아의 흔적 등을 5부로 나눠 소개한다.
종교와 신에 관심이 많고 심취했던 에트루리아인은 토착신앙에 그리스의 다신(多神) 사상을 받아들였고, 이는 고대 로마 종교관의 근원이 된다.
에트루리아의 티니아·우니·멘르바는 각각 그리스의 제우스·헤라·아테나, 로마의 유피테르·유노·미네르바에 해당하는 신이다. 이들 신을 모시는 신전이 에트루리아 모든 도시에 세워졌고, 아테네식 암포라(항아리)와 유골함, 장식기와 등 다양한 곳에 신들을 형상화했다. 기원전 4세기의 청동 티니아상을 비롯해 멘르바, 헤르클(헤라클레스), 디오니소스가 묘사된 적화 킬릭스(그리스 그릇), 청년과 노인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상, 신전에 봉헌된 각종 조각상 등을 볼 수 있다.
에트루리아인들은 무역과 항해, 전쟁에 적극적이면서도 문화생활을 중시했다. 에트루리아의 무덤벽화는 이들이 수금·피리·팬파이프 연주와 레슬링·달리기·복싱·승마 등의 운동을 즐겼음을 보여준다. 피비린내 나는 검투사 경기도 즐겼다고 한다. 금속세공의 대가였던 이들은 호화로운 것을 좋아해서 귀고리, 팔찌, 목걸이 등 사치스러운 금장신구를 즐겨 사용했다.
각종 무기류와 장신구, 도기, 춤추는 여인들의 그림 등이 당시 에트루리아인의 문화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이탈리아 밖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그리스 양식의 ‘모자상’, 청동과 철로 만든 기원전 7세기의 화려한 전차, 에트루리아 저승의 신인 ‘반트’와 그리스 저승의 신 카룬이 묘사된 유골함 등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에트루리아가 로마에 끼친 영향이다. 이들은 그리스인에게 배운 알파벳을 로마에 전했다. 구획된 도로와 하수도 시설, 대경기장 등 로마의 도시문명을 기초하는 등 수많은 문화적 흔적을 남겼다. 전시 제목에 ‘로마 이전’을 붙인 것은 로마문명 이전의 문명이라는 뜻에서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9000원, 청소년·어린이 5000원.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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