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청와대변인은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천렵질’에 비유한 데 대해 “그분도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변인은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이 대변하는 곳을 대신해서 말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대변인은 “저 역시 기자들 앞에서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려고 노력한다”며 민 의원의 발언을 에둘러 지적했다. 최대한 직접적 비판은 자제했지만 민 의원이 ‘청와대 대변인 출신’을 언급한 것은 ‘누구보다 대통령의 바쁜 순방 일정을 알만한 입장이면서도 그런 발언을 하느냐’는 힐난으로 풀이된다. 고 대변인은 “대통령의 일정은 오전 10시 공식 일정에 앞서 자료 준비 등으로 오전 7시부터 시작해 11시까지 끝난다”고 덧붙였다.

민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두고 “국민 정서 비(非) 공감의 태도로 나 홀로 속편한 현실도피에 나섰다“며 ”불쏘시개 지펴 집구석 부엌 아궁이 있는 대로 달궈놓고는 천렵(川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나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고 표현했다. 천렵은 냇물에서 하는 고기잡이를 일컫는 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해외 순방을 천렵으로 생각하고 다녔는 지 모르겠지만 현 정부의 순방은 숨쉴틀 없이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민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쌍욕보다 더한 저질 막말’이라며 강력 성토하고 나섰다. 이해식 대변인은 “북유럽 순방에 나선 문 대통령에게 쌍욕보다 더한 저질 막말을 퍼부었다”며 “이걸 공당의 논평이라고 내놓다니 토가 나올 지경”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과연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이 맞나. 아예 집권을 포기한 것인가”라며 “한국당 대변인의 배설 수준 막말은 한두 번이 아니다. 비판을 하기에도 입이 아프다”며 민 대변인의 대변인직을 박탈할 것을 촉구했다.

여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우상호 의원은 “어떻게 하든 비판해야 되겠다는 강박증이 보이는데 대통령의 정상 외교를 가지고 천렵질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 이야기”라며 “(한국당에) ‘정권을 맡겨서는 안 될 사람들이 모여 있구나’ 라는 느낌을 주는 용어”라고 지적했다. 강훈식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도 이런 식의 표현이 있었느냐”며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순방을 나갔는데 등에다 대고 칼 꽂는 행위는 여야를 막론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헬싱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