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기준 변경의 위법성 여부로 시작된 삼성 측의 혐의가 증거 조작(인멸), 사기 대출 및 횡령, 사기적 부정거래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삼성 안팎에선 ‘먼지털기식’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회계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한 ‘회계 기준의 적용과 해석’이라는 본질적인 사안을 제쳐두고 증거 인멸 등 곁가지 혐의로 기업인들을 구속부터 하려는 수사 관행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을 둘러싼 3대 쟁점을 정리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 3대 쟁점
콜옵션 회계처리 논란

검찰은 삼성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 변경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을 다지기 위해 저지른 조직적 범죄라는 의혹을 품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에피스의 3대 주주(5.4%)였던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주식매수 권리) 가치를 제일모직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판단한다. 삼성 경영진이 이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를 고의적으로 부풀렸다는 것이다. 합병 당시 바이오젠은 삼성에피스 지분 44.66%를 미리 약정한 금액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했다. 콜옵션이 행사되면 삼성에피스의 공정 가치와 옵션 행사가의 차액 1조8000억원이 삼성바이오의 부채로 반영된다. 이 경우 삼성바이오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하락한다는 게 검찰이 세운 핵심 논리다.

재계에선 옵션 회계에 대한 검찰의 이해 부족으로 수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2015년 7월) 약 석 달 전인 4월 1일 사업보고서를 통해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기재(공시)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주들이 합병 이전 콜옵션의 존재와 콜옵션 행사에 따른 기업 가치 변동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런 상황이 양사 주가에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행법상 합병 비율은 기업의 주가로 결정된다”며 “삼성이 이 부회장의 합병회사 지분율을 올리기 위해 인위적인 회계 조작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가치 부풀려졌나

검찰의 논리는 1년7개월여간 조사를 통해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행사 가능성으로 인해 삼성에피스를 2015년 말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4조5000억원 규모의 고의적 분식을 저질렀다”고 내린 금융당국의 결론과도 거리가 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이런 회계 기준 변경을 놓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고 의심했다.

검찰 측 논리에 따르면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는 곤두박질쳤어야 한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으로 삼성물산의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을 당할 위험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는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수직 상승했다. 2015년 7월 양사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정되던 당시 삼성바이오 지분 100%의 기업 가치는 6조9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2016년 10월 상장 공모가 기준 기업 가치는 9조원에 달했다. 상장 이후 종가 기준 최고가(2018년 4월 11일)는 38조6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삼성바이오가 2016년 970억원, 2017년 1768억원 등 대규모 영업손실을 낼 때였다. 국내 한 대학의 회계학과 교수는 “사후적으로 따져보면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는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책정됐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삼성 안팎에선 “검찰이 콜옵션 행사에 따른 장부상 부채를 현금 부족에 따른 빚과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대표는 “삼성바이오가 합병 전후 조(兆)단위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던 것은 당시 이익또는 재무 구조 때문이 아니라 바이오산업의 미래 가치와 성장성에 대한 기대 때문인데 검찰은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가치가 동물 바이오 사업 등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사업으로 부풀려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삼성 측은 동물 바이오 사업 계획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재무제표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닮은꼴?

새로 제기된 사기대출이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도 회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삼성 측은 판단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회사 재무제표를 조작한 뒤 이를 통해 국내외 은행에서 수조원대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16년11월 이뤄진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대해서도 자본시장통합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측은 이번 사건을 2017년 유죄가 확정된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의 판박이로 보고 있다. 검찰 측 관계자는 “자본잠식에 빠질 수도 있는 회사가 대출을 받게 되면서 대출 조건이 (삼성바이오에 유리하게) 달라졌다는 것이 쟁점”이라고 말했다.

삼성 측은 “회계 원칙과 기준의 적용 문제를 매출 또는 이익을 부풀려 장부를 조작하는 분식회계로 몰아가고 있다”고 맞섰다. 콜옵션 부채는 회사가 실제 현금으로 지급하는 통상 부채와 성격이 다르다. 콜옵션이 행사될 경우를 대비해 장부상에 미리 반영한 부채로, 현금이 들어오거나 나가지는 않는다. 향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회사 내 현금은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바이오젠이 신주를 당초 약정한 가격으로 매입하면 그만큼 주식매입대금이 회사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삼성에피스의 콜옵션 가능성을 부채로 반영했다면 현금 유입 기대로 대출 심사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식회계가 저질러졌다는 가정 아래 새로운 범죄 혐의를 덧씌운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이 유출되면서 ‘삼성=범죄집단’ 인식이 퍼져 결과적으로 법원의 구속 적부심 심사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좌동욱/안대규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