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기업 티몬의 클라이밍 동호회 ‘손발발손’ 회원들이 클라이밍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티몬은 임직원 평균 연령이 31세인 젊은 기업이다. 이 때문에 다른 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개성 있는 동호회들이 활동 중이다. ‘키덜트’(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를 위한 조립, 꽃꽂이, 방탈출카페, 레고 조립 등 다양한 선호를 반영한 동호회가 있다.
“여러분 제가 광고를 찍습니다. 그것도 대기업 광고요. 저한테 이런 일이 생기다니….”유튜브에도 ‘이 과장’이 산다. ‘이 과장’은 계정 이름이다. 5개월 전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 과장이 만들었다. 회사 내부 이야기부터 거래처와의 관계까지 중소기업 직장인의 일상을 익명으로 동영상에 담았다. 회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처음엔 ‘이런 걸 누가 보나’ 싶은 동영상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입소문을 타고 공감 댓글이 많아지며 50만 뷰 가까운 클릭수를 받은 동영상도 나왔다.인기가 높아지자 회사 동료들도 그가 제작한 동영상을 보게 됐다. 이 과장은 유튜브가 예상밖에 인기를 끌며 최근 사표를 냈다. 그는 회사를 떠나는 날의 일상도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지금은 더이상 직장에 다니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 과장을 눈여겨본 네이버 관계자가 연락해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광고 촬영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 얘기도 그는 유튜브에 올렸다. 이 과장은 지금 유튜버로 살고 있다.“대기업·중소기업·공무원을 알려주마”유튜브에 자신의 회사 생활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올리는 김과장 이대리가 늘고 있다. 대개 ‘대기업을 알려주마’ ‘자영업자의 현실은’ ‘공무원의 진짜 연봉은’ 등의 제목을 달고 데뷔한다. 공통점이 있다. 동영상은 동영상인데, 대부분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 과장’ 유튜브가 인기를 끈 비결은 얼굴을 드러낸 채 ‘대놓고’ 말하는 데 있었다.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유튜버는 대기업 직장인의 삶에 대해 얘기한다. 자신의 출퇴근길 블랙박스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동영상엔 회사의 일처리 방식이나 사내 ‘라인(인맥)’ 등에 관한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30대 자영업자 이야기’라는 유튜버는 치킨집, 삼겹살집, 호프집 등의 창업 관련 내용이나 자영업자의 사연을 모아 전달한다. 모든 영상은 얼굴은 보이지 않은 채 식재료를 손질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인 카페 창업’ ‘프랜차이즈 창업’ ‘건물주 이야기’ ‘100억원 매출 프랜차이즈 대표 성공기’ 등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들의 역경이나 성공 스토리를 전하고 있다.또 다른 유튜버 ‘효자손’은 공무원이다. 그는 동영상 속에서 가면을 쓰고 있다. 얼굴 전체를 덮는 분홍색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공무원의 일상을 전한다. 최근엔 강원도 산불 발생 당시 공무원 사회의 일상이 어땠는지를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얼굴을 드러내 놓고 하는 유튜버도 있다. 이들은 막 퇴직한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전자업체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한 경험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 등 취업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조회수가 수백만 뷰인 영상도 수두룩하다.기업 실상 알고싶은 취준생에게도 도움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긴 시간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다. 월 317억 시간(지난해 11월 기준)에 달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인 만큼 광고 수익도 많다.직장인 유튜버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동영상 재생에 따른 광고수입을 장기적으로 염두에 두고 활동한다. 유튜브는 구독자와 동영상 재생 시간이 일정 수준을 웃도는 유튜버들의 영상에 광고를 붙이고 일정액을 지급한다. 이 과장도 지난 3월 유튜브 수익으로 448달러(약 53만원)를 받았다고 동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당장 큰돈은 아니지만, 동영상 개수가 쌓이고 인기가 높아지면 이 금액은 크게 불어난다. ‘이 과장’은 왜 유튜브를 하는지 자문자답한 동영상에서 “당연히 돈을 보고 하지만 2~3년 뒤에 수익이 나도 상관없다”고 했다.유튜브 수익으로 생계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외국계 정보기술(IT) 회사에서 과장으로 일했던 김모씨(42)는 최근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났다. 그는 1년 전 어린 아들 덕에 시작한 장난감 소개 유튜브 동영상으로 월 1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직장을 그만둔 상황에서 생계에 보탬이 될 수 있어 다행스러워하고 있다. 김씨는 “아들이 장난감 총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며 집 한구석에 방치해둔 걸 본 게 계기가 됐다”며 “요새 애들은 장난감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를 본다는 얘기를 듣고 관련 동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퇴사해보니 세상이 만만치 않더라’는 경험담을 올리는 유튜버도 있다. 한 유튜버는 “여행이 좋아 직장을 때려치우고 캠핑장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여행은커녕 그동안 캠핑장에서 미친 듯이 일만 했다”며 “친구들 만날 생각 같은 건 꿈도 못 꾼다”고 했다. 그는 “한 가지를 얻으려면 한 가지를 잃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이런 직장인 유튜버들은 취준생에게 현실을 알려주는 좋은 가이드가 되기도 한다. 항공사 입사를 준비 중인 한 취준생은 “항공사 승무원의 일상과 비행 뒤 피부 관리법 등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고 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며 “학원이나 학교에선 가르쳐주지 않는 실질적인 얘기들이어서 좋다”고 했다.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서울 중랑구청 일대 망우동, 상봉동에는 동네 주민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숨겨진 맛집이 많다. 점심, 저녁이면 수십 년 동네 주민들이 즐겨 찾아 매일 ‘웨이팅’이 끊이지 않는 음식점이다. 주말에는 근처 망우리 공원이나 중랑숲 캠핑장 등을 찾은 외지인들이 하루 나들이를 마치고 속을 든든하게 채우기 위해 꼭 거쳐가는 명소가 되고 있다. 중랑구청 직원들이 추천하는 구청 일대 맛집을 소개한다.중랑구 맛집 중심가는 상봉역 인근 ‘먹자골목’이다. 저녁 즈음 상봉역 4번 출구로 나와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다보면 손님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이주소곱창’이 눈에 띈다. 강북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소곱창집이다. 곱이 가득한 곱창은 너무 무르지도 질기지도 않고 적당하다. 곱창에 양파를 같이 구워 먹으면 곱창의 비릿함이 줄면서 고소함을 더한다.두 블록 안쪽 골목에는 ‘함평국밥’이 있다. 이곳은 오후에만 장사하는 게 특징이다. 새벽녘 함평에서 도축해 특송한 고기가 점심 때쯤 가게로 들어와서다. 신선한 육회와 육사시미는 이 집의 별미다. 이 육회와 묵은지, 갓 지은 밥을 비벼 먹는 김치육회비빔밥도 있다. 묵은지는 사이사이에 두부와 볶은 새우를 넣고 쪄내 색다른 맛을 자아낸다.망우리 공원 방향으로 더 들어가면 ‘용마해장국’이 나타난다. 이 가게의 유일한 메뉴는 선지 뼈해장국이다. 뽀얀 국물에 우거지와 선지, 목뼈살이 한가득 나온다. 주변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해장국과는 깊이가 다른 맛이 우러난다. 가격은 7000원. 다른 메뉴가 없어 사람들이 줄지어 대기한다고 해도 시간상으로 그리 오래 기다리진 않는다.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용마랜드 근처에 있는 삼겹살집 ‘망우찜쌈밥’이 제격이다. 30년 전통의 망우찜쌈밥에서는 쌈채소가 유명하다. 유기농 농장에서 직접 조달한 쌈채소를 살짝 쪄서 내놔 식감이 좋다. 주 메뉴는 유기농찜쌈밥으로,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1인당 9000원이다.면목동에는 30년 전통 ‘원조 향촌칼국수’가 있다. 직접 반죽한 면이 들어간 6000원짜리 멸치칼국수와 닭칼국수가 주 메뉴다. 점심이면 인근 직장인들이 몰려 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루 재료가 한정된 탓에 저녁에는 문을 일찍 닫기도 한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어떻게 제도가 바뀌더라도 월급쟁이들은 힘든 법. 극복하려 하지 말고 버텨라.”(네이버 아이디 scom****)지난 7일자 김과장 이대리 <스마트오피스의 빛과 그림자>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 기사는 사무실에 지정좌석 없이 원하는 자리를 골라 일하는 ‘스마트오피스’,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자율출퇴근제’, 퇴근시간에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자동 오프제’ 등이 도입된 이후 직장인들이 겪는 편리함과 고충을 함께 다뤘다. 제도 도입으로 만족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제도가 조직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할 경우 되레 불만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댓글에서는 스마트오피스 도입에 따른 장단점을 두루 지적했다. 네이버 아이디 koju****는 “그래도 주 52시간 일하게 되면서 무식하고 비효율적으로 일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자기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재충전을 해야 다음날에도 효율적으로 일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아이디 trui****는 “사무실 구조를 바꿀 게 아니라 같이 일하기 싫은 상사를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우선”이라며 직장 내 문화는 그대로인 채 사무실 구조만 바꾸는 행태를 꼬집었다.업무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데도 지나친 불평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자율좌석제의 불편을 다룬 대목에 대한 의견들이다. 네이버 아이디 judo****는 “자율제가 싫으면 지정은 좋을 거 같나? 뭐 다 싫대?”라고 의견을 냈다. 네이버 아이디 judo****도 “이것도 싫은 사람은 저것도 싫다”며 “놀러 간 것도 아니고 좋은 사람 옆에만 붙어 있을 수 있냐”고 지적했다. 네이버 아이디 qjqd****는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바로 (옆에) 붙어있기는 힘들다”며 칸막이 없는 자율좌석제의 단점을 토로하기도 했다.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