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러시아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러시아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박3일간의 방러 일정을 시작했다. ‘자립갱생’을 위한 경제 지원 요청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다자회담을 제안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정은이 이를 수용할지도 관심거리다.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24일 전용열차를 타고 오전 10시40분(현지시간)께 두만강 철교를 건너 북·러 국경을 넘었다. 접경 역인 하산역에는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 장관 등 러시아 측 인사들과 조석철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 등이 나와 김정은을 맞았다. 김정은은 환영행사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발전에서 첫 번째 행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방러가 마지막이 아니다”며 지속적인 러시아 방문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장소인 블라디보스토크엔 오후 6시께 도착했다. 이곳에선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겸 부총리 등이 김정은을 영접했다.

김정은이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트 하노이’ 전략에 골몰하고 있는 김정은은 이번 회담을 다목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2월 28일 2차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핵 제거와 관련해 ‘빅딜(일괄 타결)’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식 계산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올해 말까지’를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견디기 위한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과는 이미 세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올해까지 무상 원조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제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벌목공 등 북한 노동자들이 1만3000여 명 나가 있는 곳이다. 2017년만 해도 3만 명에 달했으나 유엔 제재로 숫자가 급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안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를 받은 국가는 올해 말까지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 NHK는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6자회담 재개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는 “비핵화 논의에서 러시아의 관여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2002년 시작된 6자회담은 핵 개발 계획의 검증 방법 등을 둘러싼 미·북 간 이견이 심화되면서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됐다.

임락근/이미아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