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와 박 씨의 전 연인인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 씨가 이번 주 경찰에서 대질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21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이번 주 안으로 박 씨와 황 씨를 불러 결백하다는 박 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황 씨 중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일지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대질 조사는 지난 17∼18일 이틀에 걸쳐 이뤄진 박 씨에 대한 조사에서 박 씨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황 씨를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경찰은 다른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 4일 황 씨를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황 씨로부터 "박 씨와 올해 초 함께 마약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수사에 나선 경찰은 박 씨가 서울의 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마약 판매상의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돈을 입금하고 20∼30분 뒤 인근 특정 장소에 황 씨와 함께 나타나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아 황 씨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물건을 확보한 박 씨와 황 씨는 함께 황 씨의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경찰은 황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마약 판매상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발견했다.

황 씨는 이것이 옛 남자친구 박 씨가 마약 판매상과 주고받은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마약 투약혐의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라는 황 씨 주장에도 박 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 씨는 그러나 "황 씨 부탁에 누군가의 계좌에 돈을 입금했고 뭔지 모를 물건을 찾아 황 씨 집으로 갔다"며 마약 구매 나아가 마약 투약과 자신은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씨는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마약을 한 게 돼 버렸다"면서 "황하나가 헤어진 이후에 불쑥 연락하거나 집으로 찾아와서 하소연하면 들어주려 하고… 저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강조했다.
마약 공범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황하나 박유천 (사진 연합뉴스)
마약 공범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황하나 박유천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황씨가 결별 후에도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찾아왔다는 해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영상들이 포착되면서 박 씨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 씨는 지난 17일 경찰 조사 당시 머리카락과 눈썹을 빼고 몸의 털을 없앤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져 증거 인멸 의혹을 사자 "제모는 일상이었다. 콘서트 때문에 제모를 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전해진다.

경찰은 남은 털과 모발, 소변으로 마약 간이 검사를 했지만 음성 반응이 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앞서 황 씨는 2015년 5∼6월, 9월 그리고 올해 2∼3월 서울 자택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난해 4월 향정신성 의약품인 클로나제팜 성분이 포함된 약품 2가지를 불법 복용한 혐의로 지난 6일 구속됐다.

황 씨는 "박유천의 권유로 마약을 다시 하게 됐다"면서 "심지어 잠든 내게 몰래 마약을 투약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박유천 / 한경DB
박유천 / 한경DB
박 씨와 황 씨는 과거 연인 사이로, 박 씨는 지난 2017년 4월 황 씨와 같은 해 9월 결혼을 약속했다고 알렸지만, 이듬해 결별했다.

인기 절정을 향해 치닫다 술집 여성 종업원 성폭행 혐의로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던 박 씨의 옆에서 응원하고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준 황 씨의 순애보적 사랑. 아이돌 멤버와 재벌3세라는 세기의 커플로 거듭날 뻔한 두 사람은 결국 마약 추문으로 나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