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는 잊어라…'뉴 동원' 간판은 포장재株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은퇴 이후
차남 '김남정 시대' 새 먹거리로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동원시스템즈는 500원(1.53%) 오른 3만320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21.39% 상승했지만, 2015년 7월 고점(13만4500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몇 년째 내리막을 걷다가 최근 ‘V자’를 그리며 반등하는 모습이다.
동원시스템즈는 캔, 페트병, 유리병 등 포장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주력이다 보니 ‘개미’ 투자자에게도 사업 내용이 익숙한 동원산업, 동원F&B에 비해 그동안 관심을 덜 받았다. 시가총액이 8505억원에 달하는데도 올해 나온 분석보고서는 한 개도 없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에선 동원시스템즈에 관심을 두는 펀드매니저가 최근 늘고 있다. 가정간편식(HMR), 전자 상거래 및 택배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포장재산업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룹 모태이자 핵심인 참치사업이 자원 고갈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동원시스템즈가 그룹 내 신성장동력으로 뜨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남정 체제’ 본격화의 가장 큰 수혜주로도 분류된다. 동원시스템즈는 그룹 내 상장사 중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율(80.9%)이 가장 높은 종목이다. 이 회사의 성장이 오너 일가의 자산 증식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사업 고성장
지난 몇 년간 동원시스템즈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은 실적 악화와 투자 비용 증가 때문이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7년 1026억원에서 작년 814억원으로 20.6% 감소했다.
이는 작년 3월 자회사 동원건설산업을 매각한 영향이 크다. 매년 15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동원건설산업의 기여분을 제외하면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낸 것이란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분기 단위로 잘라보면 실적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원재료인 알루미늄과 페트(PET)칩 값이 안정화되면서 이 회사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2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8.1% 늘었다.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국제 알루미늄 값은 작년 초 t당 2600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지금은 180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2015년 인수한 베트남 포장재기업 TTP, MVP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동원시스템즈의 작년 베트남 매출은 105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했다. 인수 당시보다 6배 이상 늘었다.
국내 발포주 시장 성장의 영향도 받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오비맥주의 캔과 병만 생산해왔다. 하지만 최근 하이트진로의 맥주캔 납품사업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펀드매니저는 “두 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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