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직원 한 명을 해고하려면 1주일 치 급여의 27.4배에 달하는 금액(해고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6곳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주요국에 비해 해고 비용이 높아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해고비용, OECD 2위…1인당 27.4주치 임금 줘야"
한국경제연구원은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 2019’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는 근로자 한 명을 해고할 때 27.4주 치 임금이 비용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9일 발표했다. OECD 국가 가운데 터키(29.8주) 다음으로 높다. 한국은 독일(21.9주), 프랑스(13.0주), 영국(9.3주), 이탈리아(4.5주), 일본(4.3주)보다 해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미국은 법적 해고 비용이 ‘0’(제로)이다.

한국의 해고 비용이 높은 이유는 퇴직금 때문이라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해고 비용은 ‘퇴직금’과 ‘해고 전 예고 비용’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제26조)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최소 30일 전에 예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이런 비용이 해고 전 예고 비용으로 분류된다.

한국의 해고 전 예고 비용은 평균 4.3주 치 임금 규모다. OECD 가입국 36곳 중 22위로 낮은 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퇴직금은 평균 23.1주 치로 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터키, 칠레, 이스라엘과 함께 공동 1위였다.

한경연은 또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한국 근로자의 퇴직금이 빠르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1년차 근로자를 해고할 때 한국은 4.3주 치, 독일은 2.2주 치 퇴직금이 생겨난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2.1주 치 차이가 난다. 하지만 10년차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이 격차가 21.6주로 크게 벌어진다.

한경연은 한국의 해고 규제가 지나치다고도 했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 허용 △해고할 때 노조에 통지 △집단해고할 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통지 △해고자 우선 채용 원칙 등의 규제를 두고 있다. 한경연 관계자는 “OECD 가입국들은 평균 3개의 해고 규제를 시행 중인데 한국은 4개의 규제를 두고 있다”며 “기업들은 해고가 지나치게 어려워 경기 변동이나 산업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