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약 2조원을 들여 첨단 벤처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 1200여 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KAIST 고려대 경희대 등 학교와 연구기관이 밀집한 홍릉과 양재, 마곡 등 서울 곳곳에 조성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톱5 창업도시 서울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1조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초기단계 기업(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을 8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임대료 혜택, 홍릉·양재·마곡에 벤처 1200개 들어선다
창업기업 입주공간 20만㎡→48만㎡

서울시는 벤처기업이 저렴한 임차료로 창업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서울 내 입주공간 면적을 현재 20만㎡에서 2022년까지 48만㎡로 2.4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홍릉 바이오허브 단지가 대표적이다. 2022년까지 이곳 기업 입주공간 면적을 10배 이상 키워 입주기업 수를 230개로 현재보다 10배 이상 늘린다. 바이오허브 건물 내 입주공간 20곳을 먼저 130곳으로 확충하고, 하월곡동 옛 국방벤처센터를 증축한 ‘BT-IT융합센터’에 30개 공간을 새로 마련한다. 또 2021년 정릉천변 SH공사 부지에 ‘첨단의료기기 개발센터’를 신축한다.

이 밖에 현재 26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양재 R&D허브에도 인공지능(AI)과 관련한 200개 기업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마곡에는 서울 M+센터와 마곡형 R&D센터에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과 관련한 기업 입주공간 735개를 조성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단순히 공간 제공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국내외 유명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전문 지원기관)와 연계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라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들 공간에 입주한 기업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시 중소기업육성기금 등을 활용해 총 600억원 규모의 ‘시드(seed) 펀드’를 조성한다.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연결하는 마중물 투자에 집중하는 펀드다. 6개월 안에 시제품 완성이 가능하도록 사업성 분석-제품 설계-시제품 제작-제조사 연결 등 전 과정을 종합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위기 단계(일명 데스밸리)를 넘어 정식 창업 및 제품 출시로 이어질 수 있도록 1조2000억원 규모의 별도 펀드를 조성해 2022년까지 2000여 개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전문 아카데미 운영

서울시는 또 빅데이터 핀테크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관련 인재 1만여 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홍릉, 양재, 마포 등 6대 신산업 거점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 특화인재 6400명을 2022년까지 양성한다. 오는 11월 개포디지털혁신파크 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혁신학교를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융합형 인재 2000명을 키운다. 마포 서울창업허브 내엔 자금조달, 노무·법률·회계 등 실전 문제 해결방법을 배울 수 있는 ‘스타트업 전문 아카데미’를 오는 6월 연다.

서울에서 기술창업을 희망하는 외국인 인재 유치와 육성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법무부와 협의해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등에서 1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온 외국인에게는 ‘기술창업비자’가 즉시 발급되도록 할 방침이다.

벤처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도 완화할 예정이다. 조인동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 등을 통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임락근/이해성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