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10년 안에 전체 석탄발전소의 37%인 22기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종전 관행과 달리 수명 연장을 막는 방법을 통해서다. 신규 건설은 원천 금지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서라지만 탈(脫)원전에 이어 탈석탄까지 공식화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3일 김삼화 바른미래당 국회의원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사 대표와 회의를 연 자리에서 ‘석탄발전소 성능 개선 사업과 신규 건설을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발전사들은 설계수명 연한(30년)에 도달하기 전 설비 개선을 통해 10년 이상 수명을 늘려 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석탄발전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연말 수립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이런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적자인데…” 발전사들 ‘멘붕’정부 방침대로라면 폐지가 확정된 석탄발전소 6기 외에 16기를 2029년까지 추가로 멈춰야 한다. 전체 석탄발전소의 36.7% 규모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전환하는 4기는 뺀 숫자다. A사 관계자는 “노후 석탄발전소에 대해선 성능 개선을 통해 10년 정도 수명을 늘리는 게 관행이었는데 이런 계획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당황스러워했다. B사 관계자도 “미세먼지 심화에 따른 여론이 나쁘다고 대안이 없이 발전소를 폐쇄하면 나중에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말했다.발전 5사는 충남 당진화력 1~4호기, 보령화력 4~6호기 등의 성능 개선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해 ‘경제성이 있다’는 결과까지 받아놓은 상태였다.석탄발전은 단가가 낮고 연료비 변동이 적은 에너지다. 작년 유연탄의 발전 단가는 ㎾h당 81.8원이었다. 원자력(62.1원)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LNG(121.0원)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발전사로선 이런 안정적인 발전원을 당초 계획보다 빨리 중단해야 할 처지다.더구나 발전 5사는 지난해 원전과 석탄발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5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91.1% 감소했다. 중부·서부·동서발전 등 3곳은 적자를 봤다. 김삼화 의원은 “가동률 하락만으로 재정이 휘청인 공기업들이 석탄발전을 줄줄이 폐쇄하면 경영난 악화가 불보듯 뻔하다”며 “발전소 폐쇄나 가동 중단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전기요금 급등 불가피정부가 탈원전에다 탈석탄까지 공식화하면서 전기요금 급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산업부는 2017년 말 세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선 30년이 안 된 석탄발전소의 수명 연장 가능성은 열어놨었다.발전사들의 설비 개선을 통한 석탄발전소 수명 연장이 막히면서 2029년 석탄발전 설비용량은 당초 계획보다 7.4GW 줄게 됐다. 원전 7기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는 전력 수급 차질을 막기 위해 발전 단가가 비싼 LNG와 신재생에너지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등 비싼 에너지원의 발전 비중이 늘면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증가하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괜찮을 수 있지만 수년 후부터 전기료 폭등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만 반영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만 시행해도 2030년 한전 전력구입비가 2017년 대비 46.7% 상승한다. 여기에 탈석탄까지 시행되면 전기료 상승 압박은 한층 커진다.전문가들은 탈석탄이 불가피하다면 탈원전 정책 속도를 늦추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도 지난 1월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스와프(교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한울 3·4호기는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뒤 백지화한 신규 원전 6기 중 2기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세계에서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싸고 안정적인 원전을 되살리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정부가 석탄발전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봄철 가동 중단’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발전소 위주로 가동을 중단시켜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대책이 의욕만 앞서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3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개사로부터 받은 ‘2016~2018년 발전소 미세먼지 발생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석탄발전소는 삼천포 6호기였다. 이 발전소는 발전량 GWh당 0.367t의 초미세먼지(PM 2.5)를 내뿜었다. 삼천포 5호기(0.362t), 호남 2호기(0.353t), 호남 1호기(0.297t)가 뒤를 이었다.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이들 발전소부터 가동을 줄여야 정상인데 정부는 엉뚱한 발전소를 규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에 보령 1, 2호기와 삼천포 1, 2호기, 영동 2호기 등 5기를 3~6월에 가동 중단시켰다. 이들 5기의 초미세먼지 발생량은 GWh당 0.098~0.119t에 그쳤다. 삼천포 6호기의 3분의 1~4분의 1 수준이다. 5기 중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삼천포 1호기(0.119t)도 전체 석탄발전소 중에선 배출량이 17위밖에 안 됐다.정부는 가동 중단 대상을 30년 이상 노후 발전소에서 선정했다. 해당 발전소의 폐쇄 시점도 앞당기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발전소는 설비 개선을 통해 환경성을 강화한 상태다. 30년 이상 된 석탄발전 가운데선 호남 1, 2호기(0.297t, 0.353t)가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은데 정작 가동 중단 대상에선 제외됐다. 이런 탓에 석탄발전 가동 중단 제도는 작년 지역 미세먼지를 1.1~6.2% 줄이는 데 그쳤다. 정부는 올해엔 보령 1, 2호기와 삼천포 5, 6호기의 가동 중단을 시행 중이다.정 의원은 “미세먼지 실제 배출량을 토대로 규제해야 하는데 무작정 연식만 보고 억제하다 보니 정책 효과가 떨어진 것”이라며 “대책의 가짓수만 늘릴 게 아니라 한 가지 대책을 펴더라도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석탄화력발전이 국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석탄은 여전히 전체 발전 비중의 40%를 넘는 ‘제1의 발전원’이다.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작년 석탄화력발전량은 총 23만8984GWh로, 전체 발전원 중 41.9%를 차지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갈수록 비중이 줄고 있는 원자력(13만3505GWh)의 약 두 배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7.2%보다도 훨씬 높다.석탄 외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에너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LNG다. 작년 기준 26.8%였다. 다음으로 원자력(23.4%) 신재생(6.2%) 유류(1.0%) 수력(0.7%) 등의 순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20%로 대폭 확대하기로 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신재생과 수력을 모두 합해도 6.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국내 전기 사용량이 꾸준히 늘면서 석탄 수입도 덩달아 증가세다. 국내 유연탄 수입량은 작년 총 1억3152만t이었다. 전년 세웠던 역대 최고 기록(1억3146만t)을 경신했다. 2016년 수입량(1억1847만t)보다 11.0% 늘어난 규모다. 작년 수입액은 146억5000만달러였다. 2012년 이후 최고치다.국내 석탄화력발전소는 대부분 화력이 뛰어난 유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화력발전 연료의 98% 이상이 유연탄이다. 국내 생산 석탄은 무연탄이어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 단가가 원자력 다음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논란이 뜨거워도 갑자기 줄이는 건 쉽지 않은 문제”라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면 전기요금을 많이 올리는 방법 외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다만 오염물질 배출만 놓고 보면 에너지 중에서 석탄 책임이 가장 큰 게 사실이다.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에 따른 정부 간 협의체)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은 석탄이 ㎾당 1001g에 달했다. 이어 석유(840g) LNG(469g) 태양광(46g) 원전(16g) 순이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