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2004년 2월, 경기도 포천시 도로변 인근의 배수로의 지름 60cm 좁은 배수관 안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 입구로부터 1.5m 안쪽에 알몸으로 웅크린 채 처참하게 발견된 시신은 석 달 전 실종된 여중생 엄 양이었다. 집에 다 와간다고 엄마와 마지막 통화를 했던 엄 양은, 5분이면 집에 도착할 시골길에서 흔적 없이 증발했고, 96일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30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6년 만에 나타난 제보자를 통해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다시 한 번 추적한다.

◆ 범인이 남긴 유일한 단서, 빨간 매니큐어

엄 양의 시신은 심한 부패 때문에 사인과 사망 시각을 특정할 수 없었다. 알몸으로 발견됨에 따라 성폭행 피해가 의심됐지만 정액반응은 음성이었고, 눈에 띄는 외상이나 결박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나온 유일한 단서는 죽은 엄 양의 손톱과 발톱에 칠해져 있던 빨간 매니큐어였다. 평소 엄 양이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다는 가족과 친구 진술에 따라 이는 엄 양 사후에 범인이 칠한 것으로 판단됐다. 심지어 범인은 엄 양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한 후 깎기도 했다.

왜 범인은 그렇게 기이한 행동을 한 것일까.

엄 양이 사라질 당시 낯선 흰색 차량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었다. 경찰은 엄 양이 차량으로 납치되었을 거라 판단,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으나 끝내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엄 양 사건은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 16년만의 제보자, 그녀는 무엇을 목격했나

지난 3월 '그것이 알고 싶다'팀으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이요. 이야기를 해야 할 시점이 왔나 봐요. 그때 겪었던 일을 말 못했던 게 너무 미안해서..."

엄 양과 이웃한 마을에 살던 제보자 한 씨는 엄 양이 실종되기 일주일 전 겪었던 끔찍한 일을 털어놓았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 씨가 저녁시간 걸어서 귀가하던 중 낯선 흰색 차량이 다가와 동승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도착지에 도착한 후 내려달라고 하는 한 씨의 말을 무시하고는 문을 잠근 채 계속 운전을 했다는 남자. 달리는 차문을 억지로 열고 죽을 각오로 탈출한 한 씨는 놀랍게도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시의 섬뜩했던 기억과 운전자의 인상착의가 또렷이 남아있다고 한다.

"남자 손이 매우 하얗고 손톱은 깔끔했어요. 꼭 투명 매니큐어를 칠한 것처럼.“

그날 제보자 한 씨를 공포로 내몬 운전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비슷한 시간대와 근거리에서 차량을 이용해 일어난 두 사건은 우연의 일치일까. 제작진은 최면 수사를 통해 제보자 한 씨의 기억을 심층 복원하고 사건 용의자의 몽타주를 그려낸다. 또 배수로 유기 실험과 매니큐어 성분 검증 과정을 통해 엄 양 사망의 미스터리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해본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재조명할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30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