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운송회사 페덱스가 “전 세계가 느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무역량이 감소하면서 물류 회전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 세계 물류의 선두 주자인 페덱스 실적은 글로벌 경제 활동을 나타내는 전조”라며 “이 회사의 실적 감소와 경고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제 가라앉고 있다"…'경기 풍향계' 페덱스의 경고
페덱스는 19일(현지시간) 예상보다 부진한 2019회계연도 3분기(지난해 12월~지난 2월) 실적을 발표했다. 이 기간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7억3900만달러에 그쳤다. 전년 동기(20억7000만달러)보다 65% 감소했다. 매출(170억달러)은 1년 전보다 3% 늘었지만 시장 예상치(176억달러)를 밑돌았다.

앨런 그래프 최고채무책임자(CFO)는 “각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글로벌 무역량 증가 속도가 떨어지면서 실적이 작년만큼 좋지 않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페덱스는 지난해 말 선제적으로 실적 전망치를 하향했으나 낮춰 놓은 목표치도 달성하지 못했다.

페덱스 실적은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전 세계 기업과 소비자 간 상품 거래 중 24%를 페덱스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220여 개국에 매년 12억 개 이상의 화물을 운송하고 있으며 매출 절반 이상이 국제 운송에서 나온다.

이 회사 실적이 작년 말부터 크게 악화한 것은 세계 무역량이 줄어든 데 따른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 세계 무역량은 전월 대비 1.7% 감소했다. 11월(-1.8%)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다. 대형화물을 주로 실어나르는 페덱스 자회사 페덱스프레이트의 항공 운송량은 전 분기보다 10% 줄었다. 1년6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CNN은 “미·중 무역 전쟁 불확실성이 페덱스와 글로벌 무역량을 짓누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기 하강을 겪고 있는 유럽 지역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고 페덱스는 설명했다. 유럽 시장 장악을 위해 2016년 48억달러에 인수한 TNT익스프레스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1.7%)에서 대폭 하향한 1.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이 유럽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반면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는 운송량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주 6일 영업을 시작하면서 배달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페덱스의 뒤를 잇는 물류 회사인 UPS는 글로벌 운송보다 미국 내에서의 운송량이 많기 때문에 세계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로 쓰이지 않는다. 페덱스는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이날 페덱스 주가는 장외에서 5.6% 급락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