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더 오르고 실업률도 높아져
정부 정책 불신으로 투자자 이탈

대표적인 ‘스트롱맨’으로 꼽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해결책은 시장 개입이었다. 올초 민생 안정을 위해서라며 최저임금을 26% 한꺼번에 올렸다. 공무원들은 물가 단속에 나섰다. 신선식품과 생필품 가격을 통제해 민심이 동요하는 것을 막아보려는 조치다. 정부가 직접 나서 반값에 채소를 판매하는 국영상점을 운영해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터키 경제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실업률은 지난해 말 기준 이미 12%를 넘어섰다. 물가상승률은 현재까지 매달 20%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최근 폭우가 쏟아져 채소류 물가가 평균 30% 넘게 뛰기도 했다. 터키의 한 주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고추 가격이 최근 세 배나 뛰었다”며 “겁이 나서 손이 떨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조치가 터키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터키의 소매판매는 정부 개입이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되레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 -2.9%)로 돌아섰다. 이어 10월에는 -7.3%, 11월엔 -6.0%, 12월엔 -9.2% 등 지속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정부가 시장 물가를 통제한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터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2%에 크게 못 미치는 0.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지난해 8월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정크) 아래인 ‘B+’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금융시장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이 투자자 이탈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