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전망이 너무나 어둡다. 차라리 부동산에 투자하라.” 중국 제조업의 허브로 불리는 광둥성 기업인들이 최근 자주 하는 말이다. 중국 내 제조업 환경이 나날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도 생산가능인구(16~59세)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저임금의 젊은 노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치솟던 인건비가 더는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중국 제조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새 임금이 상대적으로 싼 베트남, 인도 등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률 저하에 직면한 중국 경제가 맞닥뜨린 또 하나의 복병은 ‘인구 쇼크’라고 지적했다. 출생률 하락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과거와 같은 경제 성장이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위기 요인도 생겨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中경제에 또 다른 복병 '인구 쇼크'…일할 사람 줄어드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2년부터 줄고 있다. 지난해 생산가능인구는 8억97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470만 명 감소했다. 지난 7년 동안 중국에서 생산가능인구는 2600만 명 줄어들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27년부터 중국 전체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가능인구는 2050년까지 2억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은 그동안 풍부한 노동력을 무기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중국의 기존 제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업체 중하이청룽의 장이 부사장은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국제분업 구조에서 가졌던 중국의 경쟁력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산업고도화 계획도 순조롭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제재를 당하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푸젠진화가 장비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등 벽에 부딪쳤다. 제조업 고도화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민간기업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후 계속된 친(親)국유기업 정책 탓에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에다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가 겹치면서 지난해에만 50여 개의 주요 민간 기업이 파산했다. 디폴트(채무 불이행) 규모는 675억위안(약 11조원)에 달했다. 민간기업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 업종의 고용도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IT 업종 고용이 줄어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쇼크를 극복하지 못하면 중국이 목표로 하는 6%대 성장률 유지는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위기까지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선전=노경목/베이징=강동균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