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에선 지난달 룰루레몬의 롯데백화점 입점 소식이 화제였다. 요가복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룰루레몬이 국내 백화점에 들어가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룰루레몬의 백화점 입점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세계 400여 개 매장 중 백화점에 있는 것은 유럽 최고 럭셔리 백화점인 영국 해러즈백화점 단 한 곳뿐이다. 롯데백화점은 룰루레몬 유치를 위해 4년여간 공을 들였다.파격적인 조건 제시롯데백화점이 룰루레몬 입점을 추진한 것은 2015년부터다. 20~30대 젊은 소비자가 급격히 줄자 롯데백화점은 ‘젊은 브랜드’ 수혈에 나섰다. 룰루레몬도 그중 하나였다. 문제는 룰루레몬의 출점 전략이 백화점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룰루레몬은 수백 명을 상대로 요가 수업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매장 내에 둔다. 요가복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피트니스 문화’를 전파하는 게 경영 철학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원 전용 휴게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창고를 따로 둬야 하는 것도 백화점과 건건이 부딪혔다. 매장을 나이키 등 스포츠 매장이 아닌, 럭셔리 브랜드 인근에 내달라는 것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롯데백화점은 우선 접촉면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룰루레몬의 경영 철학을 이해하고 절충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정세련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MD)가 나섰다. 룰루레몬 매장의 요가 클래스부터 등록했다. 지난 4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들으며 룰루레몬 측과 관계를 쌓았다. 이 덕분에 출점 결정권을 가진 켄 리 아시아지사장과 함께 요가수업을 들을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그동안 여덟 번이나 출점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룰루레몬 측 입장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을 장소로 제시했다. 국내에서 가장 백화점 매출이 많이 나오는 곳이다. 120㎡(35평)의 대형 매장을 내주기로 했다. 여기에 조건을 더 걸었다. 본점 옆 건물 영플라자 옥상에 요가 수업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매장이 들어서는 곳도 7층 스포츠·레저 코너 대신 여성 의류 브랜드가 몰려 있는 3층으로 했다.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란 룰루레몬 뜻을 받아들였다.젊은 백화점 이미지에 도움롯데백화점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인 것은 ‘젊은 백화점’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캐나다 브랜드 룰루레몬은 일상생활에서도 입는 운동복 ‘애슬레저룩’ 열풍의 원조로 꼽힌다. 애슬레저란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을 말한다. 할리우드 여배우가 많이 입어 화제가 된 ‘1마일 웨어(집에서 약 1.6㎞ 반경의 거리를 입고 다닐 수 있는 옷)’가 대표적이다. 룰루레몬의 글로벌 매출은 2010년 7억1200만달러에서 작년 32억3500만달러로 늘었다. 8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요가복계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이 매장을 여는데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첫째, 수백명이 마음껏 요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갖출 것. 둘째, 직원들의 휴게 공간을 따로 마련할 것. 매장 재고 관리가 쉽도록 큼직한 창고를 갖추는 것도 필수다. 인근에는 어느 브랜드 매장이 들어섰는지도 파악한다. 대중적인 이미지의 나이키 대신 명품 샤넬 옆자리를 선택하는 방식이다.단순히 요가복을 파는 게 아니라 삶의 질과 관련된 ‘피트니스 문화’를 파는 게 룰루레몬의 철학이다. 백화점에 입점한 경우도 찾기 힘들다. 2016년 ‘영국 왕실의 백화점’이란 별칭을 가진 최고급 백화점인 영국 헤롯백화점에 들어선 게 처음이자 유일하다. 룰루레몬이 추구하는 기업 철학이 좁은 백화점 매장에 들어서는 것과는 잘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다.이랬던 룰루레몬이 4월 중순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문을 연다. 전세계 400여개 매장 중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국내에서는 처음이다.강북 진출 마음먹은 룰루레몬캐나다의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다. 상업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룰루레몬은 전세계 패션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애슬레저룩’ 열풍을 처음 일으킨 브랜드다. 애슬레저란 애슬레틱(athe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을 말한다.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파파라치 사진에서 많이 등장하는 ‘1마일 웨어(집에서 약 1.6㎞ 반경의 거리를 입고 다닐 수 있는 옷)’가 대표적이다. 룰루레몬은 평상시에도 착용하기에 부담이 없는 애슬레저 제품을 내놓으며 이같은 트렌드를 만들었다.룰루레몬이 롯데백화점 본점에 들어서는 이유는 애슬레저룩 유행을 강북에까지 전파하기 위해서다. 룰루레몬은 서울 강남권에만 4개 매장을 갖추고 있다. 2016년 문을 연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국내 첫 진출 점포이자 아시아 첫 플래그십 매장이다. 이후 삼성동 파르나스몰, 잠실 롯데월드몰에도 입점했다. 경기 하남의 스타필드에도 문을 열었다. 반면 한강 북쪽엔 매장을 선보인 적이 없다.룰루레몬은 서울 강북권도 큰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애슬레저룩이 번지고 있다고는 하나 서울만 놓고 봤을 때 강남권에 한정된 ‘반쪽짜리’ 유행에 불과하다”는 업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남은 ‘반쪽’인 강북 지역에서 가능성을 본 것. 서울 강북의 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등은 대학가가 몰려있고 20~30대의 1~2인 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강북권 소비자들 역시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애슬레저 시장이 2016년 1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3조원으로 껑충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강북 진출을 미룰 수 없었다.롯데百, 4년 간의 피나는 설득롯데백화점의 설득력 역시 업계 최초로 룰루레몬 유치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프리미엄 스포츠웨어라는 이미지가 강한 만큼 룰루웨어는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입점을 시도했던 브랜드다. 롯데백화점이 룰루레몬 입점에 공을 들인 기간만 4년. 2015년 룰루레몬에 처음 입점을 제의한 후 8번의 거절 끝에 일군 성과다.바이어들의 피나는 노력 또한 힘을 발휘했다. 브랜드 유치를 주도했던 정세련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MD)는 룰루레몬의 브랜드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국내 룰루레몬 매장의 요가 클래스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방문 때마다 현장의 직원들이 “또 왔냐”며 알아볼 정도였다. 그는 사적으로 홍콩을 방문, 국내 매장 개점 권한을 쥐고 있는 룰루레몬 아시아 지사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켄 리 아시아지사장과 함께 요가수업을 들을 정도로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다. 4년 동안 교류를 이어오며 지난해 조심스럽게 “롯데백화점에 룰루레몬 매장을 들일 생각이 없냐”고 제안을 건냈다. “한 번 살펴보고 고려하겠다”는 리 지사장의 사인이 떨어졌다. 처음으로 얻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아시아 지사 직원이 매장을 직접 방문하고, 두 달 간 캐나다 본사의 허가를 기다린 끝에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이례적으로 백화점에 매장을 선보이는 만큼 몇 가지 절충안도 마련했다. 본점에 들어서는 점포는 다른 룰루레몬 대형 매장과는 다르게 점포 규모가 약 120㎡(35평)에 불과하다. 요가 수업 등 룰루레몬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소비자 체험’을 구현하기에는 턱없이 작다. 대신 본점 옆 영플라자 건물의 옥상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체험 클래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본점 7층의 스포츠·레저 카테고리 대신 여성 컨템포러리 의류를 선보이는 3층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우리는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 외치는 룰루레몬의 입장을 존중해서다.롯데백화점은 룰루레몬을 비롯해 애슬레저 카테고리를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애슬레저 파트도 신설했다. 2015년 10개 이하였던 애슬레저 브랜드수는 애슬레저 파트의 주도로 25개 가량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다양한 운동이 취미생활로 자리잡으면서 애슬레저 상품이 주목받는 만큼 관련 브랜드를 적극 확대할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사진)이 ‘명량’을 제치고 역대 개봉작 가운데 매출 1위를 달성했다.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한직업’은 1369억5703만원의 티켓 매출을 기록했다. 종전 역대 1위이던 ‘명량’의 매출 1357억5000만원을 뛰어넘었다.‘극한직업’의 누적 관객 수는 1594만 명으로 ‘명량’(1761만 명)보다 적지만, 극장 평균 요금이 오르면서 매출에서 앞섰다. 한국영화 평균 관람요금은 2014년 7619원에서 지난해 8286원으로 올랐다.‘극한직업’은 높은 가성비(수익률)로도 주목받는다. 총제작비 95억원을 투입해 14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개봉 6주차에도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하며 뒷심을 발휘 중이어서 매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관객 수에서 1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역대 1000만 명을 넘은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작품은 ‘7번방의 선물’이다. 총제작비 58억원의 15배에 달하는 91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명량’은 총제작비 190억원을 들여 7배가량의 매출을 올렸다.극장 매출 기준 역대 3위는 1157억원(관객 수 1441만 명)의 ‘신과함께: 죄와벌’, 4위는 1109억원(1426만 명)의 ‘국제시장’, 5위는 1051억원(1341만 명)의 ‘베테랑’, 6위는 1026억원(1227만 명)의 ‘신과함께: 인과연’으로 나타났다. 1000억원 이상 극장 매출을 기록한 한국영화는 총 6편이다.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