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왼쪽 두 번째)가 27일 한국기업법연구소 주최로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스탠다드로 본 대한민국 기업정책’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최 교수,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연구위원,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왼쪽 두 번째)가 27일 한국기업법연구소 주최로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스탠다드로 본 대한민국 기업정책’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최 교수,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연구위원,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우리 기업을 지켜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 투기세력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부추기는 것 같다.”(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

“집중투표제는 기업의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여러 이해관계자가 설치는 정치판처럼 만들 수 있다.”(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정부와 여당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등 기업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법을 밀어붙이는 것에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갈라파고스 법안’(글로벌 트렌드와 배치된 한국에만 있는 법)이 실제 시행되면 한국의 기업 환경은 한층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집중투표제 도입 땐 주총은 정치판 될 것…투기세력 위한 法 만드나"
“상법 개정안, 투기세력에 악용”

한국기업법연구소는 2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본 대한민국 기업정책’이라는 주제로 정책 포럼을 열었다. 사회를 맡은 김영용 교수는 “세계를 무대로 해외 경쟁업체들과 싸우는 글로벌 시대에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게 과연 맞는지 따져보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는 ‘글로벌 기업환경과 한국 상법 개정안, 스튜어드십 코드 진단’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은 해외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법안”이라며 “기업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법개정안에 포함된 집중투표제에 대해 “기업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이해관계자들이 설치는 정치판처럼 만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해야 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한 뒤 주주들이 그 의결권을 한 명의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 교수는 “겉으로는 소액주주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투기자본과 같은 금융자본을 위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이사를 일반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 제도에 대해서도 “투기세력에 악용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감사위원을 정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상법개정안에 담았다. 최 교수는 “감사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사내이사를 감독할 수 있고 모든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며 “헤지펀드나 적대적 세력이 자신들의 대리인을 감사로 내세워 회사의 고급 정보를 받아본다면 기존 경영진 입장에선 그야말로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행위규제는 최소화해야”

최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를 내세워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는 국민연금도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관여한다’는 의혹을 불식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을 기금운용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 선임하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이 중점처리 법안으로 삼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문제점도 논의됐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한계와 선진화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공정거래법은 ‘경제력 남용’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을 규제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쉽게 바꾸기 어려운 법률로 경제력 집중을 사전 규제하기보다는 경제력을 남용한 기업을 사후 규제하는 글로벌 트렌드와 정반대 움직임이라는 설명이다.

황 연구위원은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현행 20%(비상장사는 30%)에서 30%(50%)로 높이는 지주사 행위제한 규제에 대해 “정부 스스로 정책 일관성을 떨어뜨려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에 똑같은 법 개정안이 올라왔을 때 ‘국내 지주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낮고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이 각각 74.1%와 78.5%로 높아 지배력 확장 우려가 크지 않다’며 반대했었다”고 꼬집었다. 기획재정부도 2018년 세법 개정안에서 ‘지주사 행위 제한 규제’에 대해 “득보다 기회손실이 크다”며 규제 대신 인센티브 제도를 제안했다고 황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