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이중 수사’를 막기위해 두 기관의 수사 기능을 합친 ‘한국판 FBI(국가수사청)’설립 법안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검찰과 경찰, 정부 여당과 야당이 수사권 조정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법안이 대안으로 떠오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사개특위내 공감대 얻기 시작한 수사청 법안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와 자유한국당 곽상도·정종섭 의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제1세미나실에서 ‘국가 수사청 신설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작년 11월 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사청법안에 대해 논의하는 이번 행사엔 같은 당 원유철, 유기준, 정태옥, 윤종필, 신보라 의원 등을 비롯해 사개특위 검찰·경찰개혁소위위원장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참석했다.

곽상도 의원은 “이 정부가 구현하려고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정책목표는 ‘수사와 정보의 분리’와 ‘수사와 기소의 분리’였다”며 “이 법안은 정부의 정책방향과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그러나 “국민들은 국가기관간 권한 조정(검경수사권 조정)에 관심이 없다”며 “그 혜택이 국민에게 어떻게 돌아오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경찰과 검찰이 2번 수사하는 구조는 국민에 피해가 크다”며 “국가수사청 신설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개특위 내에선 검찰의 수사범위와 실효적 자치경찰제 방안 등과 관련해 수개월째 갈등이 지속되면서 이 법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치경찰제 시행과 고위공직자범죄조사처(공수처) 신설 등의 과제가 이 법안 하나로 한번에 해결되기 때문이다. 사개특위 검경소위 8명 의원 가운데 곽 의원외에도 오신환 의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법안을 긍정적으로 볼 정도로 여야간 공감대도 형성된 상태다.

이 법안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의 수사 인력은 국가수사청이라는 한 곳에 모아져,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함께 근무하게 된다. 기존 경찰은 자치경찰로 바뀌면서 민생 치안과 교통 단속에 주력하며, 정보경찰도 지키게 된다. 검찰은 영장청구와 집행, 공소제기와 유지 기능만 하게 된다. 국가수사청은 미 연방수사국(FBI), 자치경찰은 미 LA경찰국(LAPD)처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 수사권 조정안 문제점 지적 잇따라

이날 ‘국가수사청 신설의 의미와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정승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검경의 ‘이중적·이원적 수사 구조’를 꼬집었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국민이 2번 수사받는 복잡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1차 수사종결까지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게 된 현 조정안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정안으로 경찰은 개혁되는 것이 별로 없다”며 “통제받지 않는 수사로 검찰이 비판 대상에 올랐듯 경찰도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와 수사의 분리도 단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FBI와 중앙정보국(CIA)을 분리한 것이나 프랑스가 분리한 것도 그 폐해를 알기 때문”이라며 “CIA가 수사관련 일을 할때는 반드시 FBI요원을 대동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과 검찰간 수사가 유기적 협력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인력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며 “검찰도 직접 수사를 확대한 기형적 형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의 수사인력 확대로 검사 정원은 1990년 787명에서 현재 2.6배 수준인 2100명으로, 수사담당 공무원은 3500명에서 60%늘어난 5600명으로 급증했다. 그는 “수사 구조의 일원화를 확실하게 하는 방법은 수사기관 자체를 일원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원기 인천대 법학부 교수는 “정부 안의 문제점을 비유로 설명하자면 집의 큰아들과 둘째아들이 있는 데, 각자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것”이라며 “독수리를 새장에 가두면 독수리 역할을 하겠나. 이런식으로 ‘나눠먹기’식 조정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것은 환상”이라며 “검찰과 경찰간 싸움만 붙이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가수사청이나 자치경찰제 시행에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는 자치경찰제 시행은 유예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부(법학) 교수는 “현 수사권 조정안은 중국 공안모델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국가 수사 구조는 검찰, 경찰, 국가수사청이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바람직한 개혁 방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아니라 수사권과 수사 지휘 통제권의 분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