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대형마트가 위기를 겪고 있다. 1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는 대대적인 가격할인 행사를 내걸었지만 한산한 모습이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대형마트가 위기를 겪고 있다. 1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는 대대적인 가격할인 행사를 내걸었지만 한산한 모습이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마트는 작년 11월 ‘블랙이오’란 이름으로 대대적인 판촉(판매촉진) 행사를 했다. 매년 11월 하는 창립 기념 세일을 ‘블랙프라이데이 맞불 행사’로 확대하고, 약 3000억원어치의 세일 상품을 풀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닝 쇼크’였다. 작년 4분기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2조74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반토막’ 수준인 685억원에 불과했다. 온라인 쇼핑, 편의점 등으로 옮겨 간 소비자의 발길을 돌려 세우는 데 역부족이었다.

e커머스 공세에 ‘역부족’

이마트뿐만이 아니다. 롯데마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작년 4분기 매출이 1조49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영업손익은 약 80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신규 점포를 제외한 기존점 매출이 7%가량이나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마트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2.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대형마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온라인 쇼핑 성장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온라인에 밀리고 편의점에 치이고…2030 "요즘 누가 마트 가나요"
온라인은 급성장

e커머스 기업들은 반대로 급성장하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2조6814억원) 대비 두 배 성장했다. 위메프는 작년 4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이마트가 블랙이오 행사를 한 작년 11월 11번가는 하루 거래액 1000억원을 처음 넘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티몬의 슈퍼마트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약 70% 증가했다.

업계에선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받은 쿠팡의 행보에 주목한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물량 공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작년 11월부터 주문 하루 만에 배달해 주는 ‘로켓배송’ 전 상품을 주문 금액과 상관없이 무료로 해주고 있다. 쿠팡 측은 “일시적인 행사”라고 밝혔지만, 석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로켓배송의 하루 배송량이 100만 개를 넘는 만큼 월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다른 기업들은 엄두도 못 내는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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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가장 타격

쿠팡은 또 오전 7시 출근시간 이전에 배송하는 ‘새벽배송’, 오전에 주문한 물건을 오후에 가져다주는 ‘반나절 배송’ 등 대대적인 배송 혁신을 시도 중이다. 월 2900원을 내야 하는 유료회원 ‘로켓와우’ 가입자는 석 달 만에 120만 명 이상을 확보했다.

e커머스의 약진은 국내 대형마트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주로 판매하는 상품이 기저귀, 화장지, 생수 같은 생필품이어서 대형마트 판매 상품과 겹친다. 기저귀 등 일부 제품의 판매 물량은 대형마트 판매 물량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 등 e커머스의 약진은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마트 안 찾아

소비 트렌드 변화도 대형마트 위기의 요인이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 세대는 최근 대형마트를 점점 찾지 않는 추세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소비하거나 편의점을 즐겨 찾는다. 편의점산업이 최근 급성장한 배경에도 이들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온라인은 낮은 가격에 더해 배송 혁신으로 편의성을 높이고, 편의점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계속 낮추고 있어 대형마트가 점점 설 곳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도 대형마트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묶음 생수, 5개들이 라면 등 대형마트가 3~4인 가구에 최적화된 상품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마트의 주력 소비자층인 40~60대 중장년도 온라인으로 돌아서고 있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생수, 쌀 등 무거운 물건은 모바일로 구매하는 중장년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