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는 예비 의료인 교육과정에서의 인권침해 현황과 권위주의 문화와의 관련성을 파악하고자 한 최초의 실태조사라고 인권의학연구소는 설명했다.
설문에서 지난 1년간 병원 실습이나 수업 기간, 학업과 관련된 모임에서의 경험 여부를 물은 결과,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는 872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49.5%에 달했다. 물리적으로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120명(6.8%)으로 적지 않았다.
특정 과에 들어갈 수 없으리라는 위협, 논문·보고서 갈취 등 학업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는지 묻는 항목에는 459명(26.0%)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단결을 앞세워 단체 기합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282명(15.9%)으로 나타났다.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이나 불쾌한 행동을 경험한 응답자는 194명(11.1%)으로 집계됐다. 성별로 나눠 보면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한 남학생은 5.7%(58명), 여학생은 18.3%(136명)로 여성이 남성의 3.2배 수준으로 높았다.
성차별적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남학생 44.5%(453명), 여학생 72.8%(541명)로 집계됐으며 '전공과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학생은 58.7%로, 남학생보다 3.3배가 높았다.
하지만 피해를 겪고도 학교 등에 신고한 경우는 3.7%에 불과했다. 인권위는 "(학생들은) 피해 신고로 2차 가해를 당하거나 전공과목 선택 등 향후 진로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 두려워 신고를 꺼렸다. 특히 성희롱이나 성차별의 경우, 피해를 겪은 여학생이 신고 뒤 가해자를 감싸는 남학생들로부터 심각한 2차 피해를 받은 사실도 실태조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의학교육과정에서 다양한 폭력과 차별이 발생하는데도 학교 당국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에 있어서 공정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태조사를 수행한 인권의학연구소는 학교 측의 도움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 도움으로 조사가 이뤄졌다는 데 이번 조사의 의의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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