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2017년부터 춘제 기간 도심 주변인 5환(環) 이내에서 폭죽 사용을 금지하고 5환 바깥 지역에서도 폭죽놀이를 일부 제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난해 춘제 때 베이징에서 판매된 폭죽은 12만2000상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3%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제에도 춘제 때 폭죽놀이로 인한 스모그는 여전했는데요.
작년 춘제 연휴 첫 날인 2월15일 밤 베이징 시내의 초미세 먼지(PM 2.5) 농도는 최고 293㎍/㎥까지 치솟았습니다. 베이징환경관측센터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10㎍/㎥로 오염등급 1급을 기록했던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2시까지 30㎍/㎥ 이하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춘제 폭죽놀이가 시작되면서 오후 8시엔 108㎍/㎥로 올랐고, 오후 11시에는 293㎍/㎥까지 치솟아 오염등급 5급을 기록했지요. 폭죽 제한 조치기 내려지지 않은 근교 지역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451㎍/㎥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 기준치 35㎍/㎥보다 13배 이상,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0㎍/㎥의 45배를 넘는 수준입니다.
‘폭죽 스모그’ 대책이 작년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베이징시 정부가 더 강력한 규제책을 꺼내들었는데요. 올해 춘제 기간 폭죽 판매 실명제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시내에 있는 모든 폭죽 판매 매장에 구매자의 신분증을 읽을 수 있는 장비를 설치했습니다. 폭죽 구매를 줄이는 한편 폭죽놀이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매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베이징 시민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국의 고충도 이해는 가지만 중국의 오랜 전통인 폭죽 문화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폭죽 판매 실명제가 악명 높았던 춘제 스모그를 없앨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