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부작용 급증…보건당국의 딜레마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사진)를 복용한 여중생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지자 이 약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타미플루는 2005년부터 환각, 자살 충동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으나 약물이 이상반응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 시판 중인 타미플루 제품은 52개사의 163개 품목에 달한다. 오리지널 제품은 한국로슈가 수입하는 인산오셀타미비르 성분의 타미플루다. 미국 길리어드가 개발한 제품으로, 1996년 출시 후 전 세계에서 매년 조(兆)단위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가 됐다.

타미플루는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인정받았지만 부작용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2005년 일본에서는 남자 중학생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고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 차도에 뛰어드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미성년자에게 처방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처방 금지 조치가 해제됐다. 국내에서도 2016년 11세 남자 아이가 타미플루 복용 뒤 21층에서 추락 사망해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받은 일이 있다.

지난 22일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자 중학생이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지자 유족들은 타미플루 복용 후 환각 증상을 호소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사건 직후 의약전문가, 소비자 단체 등에 타미플루의 안전 사용 정보를 배포했다. 소아·청소년이 이 약을 복용하면 이상행동을 할 위험이 있어 적어도 이틀간 보호자 등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환자 및 가족에게 설명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고된 타미플루 부작용 건수가 2012년 55건에서 2016년 257건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의료진의 복약 지도와 함께 보건당국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