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발전소 운영법인에 추가 출자하기로 했다. UAE 측이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증자를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한전은 20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UAE 원전 운영법인 나와에너지에 출자하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출자 금액은 1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2016년 10월 UAE 원자력공사(ENEC)와 공동으로 현지 원전 운영회사인 나와를 설립했다. 한전은 당시 9억달러를 출자해 나와에너지 지분 18%를 확보했다.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팀코리아’가 바라카에 건설 중인 한국형 원자로(APR1400) 4기를 원전 수명기간인 60년간 운영하기 위해서다. 한전이 현지법인 운영을 통해 기대하는 수익률은 연 10.5%다.

이번 한전 증자에 따른 지분율 변동은 없다. ENEC 역시 한전과 같은 비율로 추가 출자할 예정이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한전 출자에 따른 지분율 변동이 없는 만큼 이사회 권한 및 수익 배분 등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UAE 규제당국이 바라카 원전의 가동 시기를 수차례 늦추면서 나와에너지 운영비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라카 원전은 당초 올 상반기 상업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내년 말 또는 2020년 초로 미뤄졌다. UAE 측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장기정비계약(LTMA) 입찰을 앞두고 한전 출자를 압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UAE가 LTMA를 경쟁입찰로 돌린 데 이어 최근엔 한수원 대신 프랑스전력공사(EDF)에 장기서비스계약(LTSA)을 맡겼다”며 “한국 협상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UAE의 출자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