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프랜차이즈업계의 자구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창업 1세대들은 대부분 자수성가형이었다. 기업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덩치가 커지면서 여러 가지 잡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반면 새로운 세대의 창업자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선진화된 조직관리, 시스템으로 새로운 형태의 프랜차이즈를 설립하고 있다.

'간판값' 없애고, 매출 저조 땐 로열티 제로
놀부는 지난 10월 전통주 전문점 월향과 합작으로 ‘서울의 맛’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소 생소한 ‘로열티 구조’를 내세웠다. 다른 프랜차이즈들은 본사가 식자재와 각종 물품을 공급하면서 마진을 붙여 이익을 내는데 이 같은 구조를 취하지 않겠다고 했다. 가맹점이 이익을 내면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본사가 취하고, 만약 기준 매출 이하로 떨어지면 로열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14년부터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생활맥주는 가맹점 유치를 위한 영업, 광고, 프랜차이즈 월 수수료(가맹비)를 없앴다. 흔히 ‘간판값’이라고 부르는 가맹비가 없는 대신 본사는 가맹점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필요한 신규 사업들을 만들어나간다. ‘비어요가’ 등 문화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상생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기적인 행사도 연다. 가맹점이지만 마치 하나의 기업이 움직이는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어 입소문만으로 점포가 전국 200여 개로 늘었다. 이외에 가맹점 매출이 월 1000만원 미만이면 로열티를 면제해주는 라떼킹, 월 25만원의 고정 로열티를 일괄 적용하는 이디야커피, 어린이 피자교실과 피자학교 등을 만드는 피자알볼로 등은 업계의 낡은 관행을 없애고 본사와 가맹점의 한국식 상생 모델을 마련하고 있는 주자들로 꼽힌다.

서울 압구정 봉구비어는 창업 희망자들의 초기 투자 비용을 대폭 낮춰 인테리어와 주방기자재 등 초기 비용은 본사가 전액 부담하고, 보증금과 일부 대여료만 받는 방식으로 창업 지원에 나섰다.

포화 상태인 국내를 떠나 해외로 진출하는 프랜차이즈도 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44개 업체가 해외에 221개 매장을 거느렸다. 이 숫자가 2016년에는 188개 업체, 5476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진출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한인 거주지역이나 동남아시아 등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현지 핵심 상권 중심으로 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월마트와 계약해 전 점에 입점한 커피베이, 대만에서 편의점의 ‘숍인숍’으로 영업하는 BBQ치킨 등은 해외 진출 방식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열어가고 있다”며 “과거 리스크가 크고 시간이 오래 걸렸던 독자 진출 방식에서 탈피해 실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