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시의 지난해 본예산은 4424억원이었다. 포천시는 연중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4407억원)을 통해 8831억원으로 예산을 늘렸다. 이를 감시해야 할 시의회에선 열 번이 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렸지만 추경 편성 이유를 따져 물은 의원은 드물었다. 추경을 남발하는 주먹구구식 지자체 살림살이의 단면이다.

연 45兆 편성…'추경 중독'에 빠진 지자체
9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재정성과연구원에 의뢰해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지자체 최종 예산은 304조4723억원으로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본예산(259조4300억원) 외에 추경으로 마련한 예산이 45조원을 넘었다. 지자체 추경 규모는 2014년 23조3346억원에서 지난해 45조399억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본예산에서 추경이 차지하는 비율도 매년 증가해 지난해 1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앙정부(총지출 기준) 추경 비율(2.39%)의 7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 뉴욕 시카고, 일본 도쿄 등 선진국 지방정부의 추경 비율은 4% 이하다.

추경은 예산안 첨부 서류를 생략할 수 있는 등 본예산보다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어 지자체의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인재 재정성과연구원장은 “지자체들이 상대적으로 감시가 약한 추경을 남발하며 방만한 재정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을 거창하게 편성한 뒤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지자체들 곳간에는 돈이 남아도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의 지난해 순세계잉여금은 43조75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 급증했다. 순세계잉여금은 한 해 동안 들어온 돈(총세입)에서 나간 돈(총세출)을 뺀 뒤 중앙정부에 보조금 잔액 등을 반납하고 남은 액수다. 지자체들은 이 돈을 다음해 목적을 정해놓지 않은 예비비 등으로 잡아 입맛에 맞춰 집행하거나 추경 재원으로 옮겨 다시 잉여금을 키우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