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짓는 바라카 원전, 부가가치 높은 장기정비 계약
한수원 수의계약 장담 못해…UAE, 脫원전 불안감 수차례 표출
60년 아닌 10년 계약 뿐
60년 54조원 매출 확보는 '과장'…현실화된 건 운영지원계약 10년
UAE, 佛과 서비스계약 맺으며 한전에 사전 협의도 안해
29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UAE 원전 운영업체인 나와(Nawah)는 내년 상반기 바라카 원전 4기(총 5600㎿)의 장기정비계약을 국제 입찰에 부치기로 했다. 원전 운영권 계약에는 여러 형태가 있는데, 장기정비계약은 한수원이 2016년 따낸 운영지원계약(OSSA)과 함께 핵심 운영권으로 꼽힌다. 운영지원계약은 한수원이 10년간 3000여 명의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게 골자이며, 계약액은 총 9억2000만달러였다.
당초 한수원은 10년짜리 운영지원계약을 맺으면서 장기정비계약도 당연히 한수원 몫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UAE 측이 정비계약을 경쟁입찰로 전환한 만큼 EDF는 물론 중국 CGN, 러시아 로사톰,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원전 프로젝트에 한국전력 컨소시엄과 함께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곳들이다.
정부와 한전, 한수원 등은 바라카 원전의 정비계약 수주를 자신하고 있다. 한국형 원전을 설계하고 시공한 만큼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UAE 측이 장기정비계약을 프랑스나 미국에 맡길 경우 한국형 원자로를 따로 연구해야 하는 만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최종적으로 한국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작년 6월 한국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뒤 UAE 측은 원전 부품 생태계 유지에 대한 의구심을 수차례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 앞으로 원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부품을 어떻게 조달할지 등을 UAE 측이 여러 번 물어본 건 사실”이라고 했다.
바라카원전 운전시기 계속 지연
UAE 원전 측이 EDF와 장기서비스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한국 측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다. 나와는 UAE원자력공사(ENEC)와 한전이 82 대 18의 비율로 2016년 설립한 합작회사다. 아부다비 본사엔 한국 측 인력도 적지 않다. 한전 관계자는 “계약 규모가 2000만달러 이하일 경우 사전 협의가 필요 없다”며 “나와 측과 EDF 간 계약액이 1000만달러 정도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내용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한 원전 전문가는 “핵심은 EDF로 넘어간 기술자문 등 계약을 한국 측이 수행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한수원이 40여 년간 20기 이상 원전을 운영해온 만큼 충분한 실력이 있는데도 프랑스로 넘어간 건 그만큼 UAE 측이 불안해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2016년 ‘60년 동안 54조원 규모 UAE 원전의 독점 운영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내용도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60년은 바라카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UAE와 원전 운영권 관련 계약을 맺은 건 10년간 운영인력을 파견한다는 게 전부”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운영권인 장기정비계약을 한국이 놓칠 경우 UAE 원전 운영권이 사실상 통째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바라카 원전의 운전 시기가 계속 지연되는 점도 문제다. 작년 운전을 개시할 예정이었던 1호기는 일러야 내년 말 상업운전을 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UAE 원자력위원회는 지난 21일 “바라카 원전 1호기의 운영 허가를 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