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27일 “정부가 무분별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반면 재벌 개혁엔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하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의견 질의서를 보냈다. 다음달 4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실상 사전 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으로, ‘부총리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날 홍 후보자에게 발송한 질의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비해 시민 입장을 반영하는 장치가 미비하다”며 “규제 완화에 대한 견해와 계획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 '사전 청문회'하겠다는 참여연대
참여연대는 이 질문에 앞서 특정 지역 규제를 완화하는 ‘지역특구법’,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는 ‘인터넷전문은행법’ 등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두고 “무분별한 규제 완화”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국무조정실장 때부터 규제완화 실무를 총괄했던 홍 후보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참여연대는 정부·여당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제민주화와 거리가 멀다.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홍 후보자의 견해를 물었다.

470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해선 “긴축재정”이라고 주장하며 재정정책 계획을 질의했다. 더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9.7%)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6%) 이후 최대치다. 내년 정부 경상성장률 전망치(4.4%)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초(超)팽창예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 주택 임대소득세 과세 강화와 관련해선 추가 과세를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내년부터 2000만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도 분리과세가 이뤄지지만 다른 소득에 비해 혜택이 과도하다”며 “종합부동산세와 주택 임대소득세의 추가 개편 방향을 밝혀달라”고 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도 요구했다.

기재부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홍 후보자가 후보자 신분으로 시민단체 질의에 먼저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상대가 참여연대라 무시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자칫 참여연대 입맛에 맞지 않는 답변을 했다간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질의의 처리 방향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