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A씨는 올초 서울 시내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다 포기했다. 부지를 물색해놨지만 공동주택과 50m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탓에 충전소를 지을 수 없었다. 수소충전소 이격 거리 규정은 일반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25m)보다 훨씬 까다롭다.

소재 개발업체 B사는 벤처기업과 합작회사를 세워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고려하다가 접었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B사가 증손회사를 보유하려면 수백억원을 들여 지분 100%를 보유(공정거래법)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소충전소 규제 등 80건 먼저 풀어달라"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18년 혁신성장 촉진을 위한 규제개선 과제’를 마련해 국무총리실에 전달했다고 19일 발표했다. 한경연이 꼽은 규제개선 과제는 총 80건이다. 건설·입지 분야 24건, 에너지 13건, 금융 9건, 교통 6건, 공공입찰 6건, 환경 5건, 관광 3건, 방송 2건, 공정거래 2건, 기타 부문 10건 등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수소충전소에선 운전자가 직접 차량에 가스를 채우는 ‘셀프 충전’도 불법이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충전소에 고용된 직원만 직접 충전할 수 있다.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이런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년간 반복돼 왔다. 정부는 최근 들어서야 수소충전소 설치와 관련한 규제 완화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 분야에선 핀테크(금융기술)산업과 보험업 발전을 위해 보험사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의 기술기반 회사를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는 핀테크 관련 업종을 전산시스템, 인터넷 정보서비스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경연은 공공발주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규제도 전면 폐지해달라고 건의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제조업 성장이 둔화하고 수출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