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권구훈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신임 위원장(사진)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3개월가량 공석이던 신임 위원장 자리에 골드만삭스 아시아담당 선임이코노미스트인 권 위원장을 직접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읽은 《명견만리》라는 책에 나온 권 위원장의 강연 내용을 접하고 감명을 받았다”며 “문 대통령이 권 위원장을 직접 추천했다”고 전했다.

《명견만리》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나온 각계 인사들의 다양한 강연 내용을 글로 정리한 책이다. 권 위원장은 2015년 ‘기회의 삼각지대, 대륙에서 살아나는 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경제질서 속에서 과거에 얽매여 우리 정부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내용은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문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위원장은 이날 “국제통화기금(IMF)과 골드만삭스에서의 경험이 북방정책 내실화에 충분히 녹아 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정부의 북방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그동안 구축돼 온 추진체계와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해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야 하는 내실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를 토대로 한 새로운 경제지도와 새로운 기회 확장이라는 비전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도록 북방위 기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북방경제위원장 자리와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직을 겸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지금은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지만 한반도 비핵화·평화프로세스가 진행됨과 동시에 남북관계가 좋아져 위원회가 바빠지고 이해 상충 문제를 제기할 정도가 되면 (겸직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권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골드만삭스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이전에는 IMF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를 지냈다. 청와대는 권 위원장에 대해 “거시경제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자 북방 경제 협력분야에서도 남다른 경험을 지니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