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지난해 매장 늘리기 경쟁을 했다. ‘우선 열고 보자’는 식이었다. 덩치를 키워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 4사가 작년 한 해 새로 낸 매장만 5509개에 달했다. 한 달 평균 459개씩 문을 열었다. 부작용은 바로 나타났다. 본사 매출은 느는데 개별 점포의 매출이 감소했다. 작년 국내 편의점 매장당 연평균 매출은 3억778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올 들어 편의점들은 출점 전략을 바꿨다. 점주들의 강한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권이 나쁘면 점포를 내주지 않았다. 올 들어 8월까지 새로 생긴 편의점은 2513곳이다. 한 달 평균 314곳에 불과하다. 작년에 비해 31% 줄었다. 신규 출점이 줄자 편의점 매장당 매출은 다시 늘기 시작했다.
출점경쟁 숨고르기…편의점 점포당 매출 늘어
◆출점 경쟁 줄자 점포 매출 늘어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2월부터 8월까지 월 단위로 국내 편의점 점포당 매출 증가율이 7개월째 ‘플러스’를 기록했다. 작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1년 동안 마이너스 성장하던 것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올 8월의 경우 점포당 매출은 5633만원으로 작년 8월(5525만원) 대비 2%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연간 점포당 매출도 증가세로 다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

매장당 매출 증가는 신규 출점이 준 영향이 크다. 신규 점포는 기존 점포에 비해 매출이 평균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신규 점포 비중이 높을수록 전체 점포당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작년 문을 연 점포들이 자리를 잡아 가고, 신규 출점이 줄자 편의점 평균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업계에선 본다.

편의점들이 제품 가격을 올린 영향도 있다. 편의점들은 올초부터 나무젓가락, 종이컵 등 가격 저항이 작은 상품을 시작으로 생수, 음료수, 원두커피, 샌드위치, 삼각김밥 등 주요 식품까지 가격을 조금씩 올렸다. 편의점 한 곳당 200~300개 품목의 가격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 포장과 용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가격을 올린 상품도 많다”고 말했다. 판매 단가가 높은 도시락, 맥주, 디저트 등의 식품이 잘 팔린 영향도 있다.

◆편의점 본사 수익성 개선

편의점 본사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GS25를 운영 중인 GS리테일의 올 3분기 증권사 추정 영업이익은 평균 698억원이다. 특히 이달 들어 분석보고서를 낸 유안타증권(775억원), 삼성증권(742억원), 유진투자증권(779억원) 등은 평균보다 훨씬 높게 예측했다. 이는 작년 3분기 대비 30~40%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GS리테일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분기(1.1%), 2분기(2.5%)보다 훨씬 높은 3%대 중반에 달한 것으로 증권사들은 분석했다.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의 3분기 영업이익률 또한 4%를 넘어 2~3%대를 기록한 1, 2분기보다 개선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익이 안 나는 점포를 줄줄이 정리하고 마케팅 비용을 확 줄이는 식으로 수익성 개선 작업을 한 게 성과를 봤다. 올 들어 8월까지 편의점 4사의 폐업 점포 수는 1900개로, 작년 한 해 폐점 점포 수(1367개)를 이미 넘어섰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적자 점포에 대한 지원 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안 되는 점포는 과감히 접는 게 최근 본사 방침”이라고 전했다.

점포당 매출이 증가하면서 편의점 점주들도 한숨 돌리고 있다. 하지만 점주들 모임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매출 증가폭보다 비용으로 나가는 임차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점주가 손에 쥐는 수익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