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1년 9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2015년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등 증시 급락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이 불확실해 아직 ‘바닥’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상장사들의 자산 가치를 감안하면 주가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강세

코스피지수는 12일 32.18포인트(1.51%) 오른 2161.85에 마감했다. 전날 4.44% 급락한 충격에서 벗어나 지난달 28일 이후 9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외국인투자자가 9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70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2.09% 상승)와 SK하이닉스(4.93%) 등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도 에이치엘비(21.14%), 신라젠(12.69%) 등 바이오주 급등에 힘입어 24.12포인트(3.41%) 오른 731.50에 장을 마쳤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정상회담 추진 소식에 무역분쟁 완화 기대로 환율이 떨어지자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라며 “전날 주가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도 유입됐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내린 1131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2100선 안팎에서 코스피지수의 지지선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근거는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진 밸류에이션이다. 단순 지수로만 보면 2016년 초에도 1900선 밑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 하지만 상장사들의 순자산 가치와 실적 규모가 늘고, 셀트리온 등 대형 종목이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단순 지수만으로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올해 실적 추정치를 기준으로 한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94배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0.95배)보다 소폭 낮다. 증시가 급락했던 2011년 9월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1.11배), 2012년 5월 남유럽 재정위기(1.08배) 당시와 비교해도 낮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7.95배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충격이 증시를 덮친 2015년 8월(10.04배)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 당시에도 코스피지수는 19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선 이미 역사적 저점에 도달했다”며 “금융위기 때처럼 실적 눈높이가 갑자기 30% 이상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하락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지수의 단기 저점을 한국투자증권은 2040, NH투자증권은 2085, 하나금융투자는 2100으로 제시했다.

◆증시 불확실성은 여전

다만 이날 반등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15일 발표될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초미의 관심사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일정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채권시장 변동성 등 여전히 확인해야 할 지표가 많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연말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역전쟁 여파와 감세 효과 축소로 내년 미국 상장사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주식을 매수한다면 실적이 개선되면서 낙폭이 과도했던 종목으로 좁히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지수가 여기서 더 크게 하락할 위험은 작은 만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