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는 경고음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2%대로 추락하는 데 이어, 내년엔 잠재성장률(한국은행 추정 2.8~2.9%)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경기 하강국면 진입을 애써 부인하면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 온 정부 설명과는 딴판이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런 전망이 주요 국가들과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9월 경제전망’을 통해 미국, 일본, 중국 등에 대해선 성장률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국은 지난 5월에 비해 0.3%포인트(3.0%→2.7%)나 떨어뜨린 게 그렇다. 급기야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2배나 되는 미국에 성장률은 물론이고 실업률에서도 역전당하게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고속으로 질주하는 미국 경제와 달리 우리 경제가 역동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증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엔 글로벌 무역전쟁과 반도체 성장 둔화 등으로 수출 증가율마저 떨어지고, 그 여파로 설비투자 감소세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가 급격한 불황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경고로 들린다. ‘L자형 장기 침체 진입’은 저성장의 고착화·장기화를 말한다. 경제심리가 공황상태로 빠져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다.

정부가 안팎의 이런 위기 경고를 직시한다면 ‘소득주도 성장’ 등 현실과 동떨어진 담론에 더는 집착할 때가 아니다. 경제 현실이 기대와 다르게 돌아갈 때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 늦기 전에 기업투자를 자극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경제 구조개혁을 골자로 한 긴급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경제의 역동성을 되찾기 위한 규제 개혁, 고용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 개혁 등에 속도를 내야 함은 물론이다.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려운 저성장의 늪에서 우리 경제를 탈출시키는 것보다 더 화급한 과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