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대표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미국의 경쟁 기업보다 커지며 법인세 부담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전기전자와 자동차, 철강 등 3개 업종에서 한국과 미국의 매출액 1위 기업의 법인세 부담 비중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법인세 부담 비중은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을 기업이 미리 산출한 법인세 비용과 견준 비율을 뜻한다.

국내의 경우 기업의 실제 법인세 부담은 통상적으로 이보다는 적다.

실제 법인세는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에 세무조정을 가감하고 이월결손금, 비과세공제 등을 차감해 과세표준을 산정한 뒤 여기에 다시 각종 공제·감면을 적용해 과세하기 때문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반기보고서와 미국의 10-Q 연결손익계산서를 이용해 법인세 부담 비중을 비교한 결과 전기전자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작년 상반기 23.8%에서 올해 상반기 28.0%로 상승했다.
반면 애플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같은 시기 28.0%에서 14.0%로 크게 줄며 두 기업 간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현대자동차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20.6%에서 24.9%로 상승한 반면,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24.9%에서 13.9%로 감소했다.
철강 분야에서는 포스코의 법인세 부담이 28.2%에서 31.0%로 오르는 동안 미국 누코어의 법인세 부담은 31.0%에서 23.5%로 감소했다.

한경연은 이들 기업 간 법인세 부담 역전이 지난해 한국의 법인세율 인상(22%→25%)과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35%→21%)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금융사와 합병·분할기업, 적자 기업(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기준)을 제외한 상장사 450개 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이나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보다 법인세 부담이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이들 450개 사의 영업이익은 27.7%,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27.3% 늘어났지만 법인세 부담 증가율은 49.3%에 달했다.

영업이익이 총 13조3천억원 증가하는 동안 법인세 부담이 5조3천억원 증가해 영업이익 증가분의 39.8%가 법인세 부담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이들 450개 사의 영업이익이 2천억원 늘어나는 동안 법인세 비용은 8천억원 늘어 영업이익이 정체 수준인데도 법인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작년 상반기 20.5%에서 올해 상반기 24.0%로 3.5%포인트 높아졌다.

법인세율 인상 대상인 연간 법인세차감전순이익 3천억원 이상인 기업(상반기에는 1천500억원) 50곳을 추려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33.3%였으나 법인세 비용은 5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50개 사에서 증가한 법인세 비용이 5조2천억원으로 전체 법인세 비용 증가분(5조3천억원)의 98.1%를 차지했다.

또 이 50개 사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작년 상반기 20.5%에서 올해 상반기 24.1%로 3.6%포인트 높아졌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우리 기업의 투자 여력과 글로벌 경쟁력 증대를 위해 세계의 법인세율 인하 경쟁에 동참해야 하며 실질적인 부담 완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