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사진)이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만 하면 된다”며 정부의 기업 경영 간섭을 비판하고 나섰다. 마 회장의 발언은 지난주 갑작스레 발표한 자신의 은퇴와 맞물려 중국 내에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 회장은 전날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세계인공지능대회에 참석해 “정부는 통치에 집중하고 기업은 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산업 분야 발전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큰 소리로 운다고 해서 (정부가) 퇴보하는 세력을 옹호하는 것은 혁신을 망치는 가장 심각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게임, P2P(개인 간 거래) 금융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강화되고 있는 정부 규제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마 회장의 발언은 그의 갑작스러운 퇴진 선언이 중국 권위주의 정권의 과도한 간섭과 규제에 대한 불만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마 회장은 지난 10일 직원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55세 생일이 되는 내년 9월10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가져온 교육과 자선사업에 주력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그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홍콩과 대만 언론은 공산당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신변에 위협을 느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집권한 뒤 부패 척결을 내세워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등 장쩌민(江澤民) 전 공산당 총서기 인맥을 숙청하기 시작했다. 2014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알리바바의 주주에 장 전 총서기 계열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마 회장도 장 전 총서기 계열로 분류되기도 했다.

2015년 5월엔 중국 증시 폭락 사태를 두고 마 회장이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 그룹)을 도와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태자당 거물들이 속속 제거됐다. 미국으로 도피해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폭로해 온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는 최근 마 회장을 지목하면서 “비명횡사 아니면 감옥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라면서 “그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