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와 부채 위기, 금융시장 불안에다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지난 3월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2기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보다 2.3% 상승했다. 지난 2월(2.9%) 이후 6개월 만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중국 서민들의 장바구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돼지고기와 채소 가격이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전쟁 밀리는 中 '인플레 위험'까지… 시진핑 2기, 갈수록 암울
CPI의 선행지수로 여겨지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달에 전년 동월 대비 4.1% 올랐다. 7월 상승률 4.6%보다는 낮지만 시장 예상치 4.0%보다는 높은 수치다. 경제 전문가들은 홍수 피해와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지만, 중국인들은 8월 물가 지표를 심상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인플레이션은 시 주석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줄 전망이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로 시 주석을 바라보는 민심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까지 들썩이면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성장 둔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 정책을 놓고 당국자 간 불협화음도 불거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인플레이션은 중국 공산당에 매우 민감한 이슈였다. 물가 불안은 곧잘 정치·사회적 소요로 번졌기 때문이다. 1989년 톈안먼 사태도 인플레이션과 무관하지 않다. 돼지고기부터 전자제품까지 물가가 치솟으며 대중 불만이 커진 게 톈안먼 사태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중국의 실제 물가상승률이 정부 공식 통계보다 높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경제 자문회사인 위그럼캐피털은 8월 중국의 CPI 상승률이 3.7%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 통계는 8월 말까지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9월에는 물가 상승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이션이 중국 경제는 물론 시 주석 집권 2기를 위협하는 최대 변수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불안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상하이증시는 이틀 연속 크게 떨어졌다. 지난 10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1% 하락해 2700선이 다시 붕괴된 데 이어 이날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올 들어 상하이지수는 최고치 대비 26%가량 떨어졌다.

이에 따라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지난 100일 동안 세 차례 회의를 열어 ‘블랙스완’ 피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랙스완이란 검은 백조처럼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는 사건이나 위험을 말한다.

류 부총리는 지난 7일 열린 3차 회의에서 “경제·금융 상황과 외부 환경의 새로운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 사전에 통화정책을 미세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금융안정발전위 회의가 세 차례나 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미·중 통상전쟁이 격화하고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시장 위기가 고조되면서 중국 정부도 금융시장 불안의 심각성을 점차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