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社 1노조' 현대重그룹의 그늘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장비 생산 업체인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에서 노조에 기본급 8만2000원 인상, 영업이익률과 매출 증감률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을 제안했다. 당초 노조가 회사에 요구한 기본급 7만3373원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확정 등을 뛰어넘는 조건이다.

하지만 현대건설기계 노조는 회사 제시안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이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4개사로 나뉘었음에도 노조는 여전히 4개사를 하나로 묶은 ‘4사 1노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4개사 노조는 같은 요구안을 내걸고 각각의 회사와 임단협을 하지만 4개사가 모두 합의를 이뤄야 임단협이 최종 타결되는 구조다.

하지만 지주사(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현대중공업), 전력기기(현대일렉트릭),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등이 각각 독립법인으로 사측이 서로 다른 교섭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노조가 동일한 임단협안을 요구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능가하는 교섭안을 제시한 현대건설기계는 올 들어 중국과 인도에서 굴착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39.6%와 74.7% 늘어난 1조8532억원과 137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분할 당시 이익이 나면 직원들에게 보상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차원”이라면서 “사측 제시안은 노조 요구안을 100% 충족한 것으로 노조가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선전 속에 준수한 실적을 낸 현대중공업지주도 기본급 5만7000원 인상과 격려금 지급을 노조에 제안했다.

반면 희망퇴직을 실시할 정도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은 기본급 20% 반납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매출이 3조7905억원으로 작년보다 32.7% 줄었고, 19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현대일렉트릭도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7.9% 급감한 37억원에 그쳤다.

임단협 타결이 늦어지면서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지주 직원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기계의 한 차장급 직원은 “업종과 실적, 근로 환경이 모두 다른 4개사가 같은 조건으로 임단협을 진행한다는 게 비상식적”이라며 “4사 1노조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