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는 ‘유모차업계의 벤츠’로 불렸다. 2000년대 중반 한국 시장을 흔들며 ‘강남의 유모차’라는 별칭도 얻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 내구성 등이 무기였다.

스토케의 전성기였던 2008년 유아용품을 수입해 팔던 에이원이라는 중소기업이 리안이라는 브랜드를 내놨다. 이의환 에이원 대표의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스토케 같은 고급 유모차를 제조해 팔면 어떨까’였다. 업계에서 스토케의 반값에 내놓은 이 제품을 눈여겨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리안은 꾸준히 매출을 늘려갔다. 2012년 리안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일이 일어났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품질평가에서 스토케를 앞선 결과가 나왔다. 이후 매출은 가파르게 늘었다. 리안의 지난해 매출은 300억원. 스토케와 격차를 벌리며 국내 1위 브랜드 자리를 굳혔다.

1등의 빈틈을 노린 결과였다. 스토케의 약점은 가격과 무거운 무게였다. 에이원은 반값에 튼튼하고 가벼운 제품을 내놨다. 그리고 대표 모델은 10년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이 모델의 가격은 스토케 제품의 3분의 1로 내려왔다. 미흡한 사후서비스(AS)도 이 대표가 노린 스토케의 약점이었다. 리안은 수도권에서는 수리기사가 직접 소비자의 집을 방문해 현장에서 고쳐주는 서비스로 주부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