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코리아가 지난 21일 지프의 중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랭글러를 선보였다. 2007년 국내 출시 이후 11년 만에 내놓은 완전 변경(풀 체인지) 모델이다. 랭글러는 세계 시장에서 지난해 23만 대 넘게 판매된 지프의 대표적인 오프로드 SUV다.

SUV의 역사, 지프 랭글러

랭글러의 역사는 1945년 시작됐다. 군용 차량으로 시작한 지프는 CJ-2A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처음 랭글러를 선보였다. 측면 스페어타이어와 대형 헤드라이트, 외부로 돌출된 연료 주유 마개 등 당시 군용차에서는 볼 수 없던 요소들이 추가됐다. 2195㏄ 엔진이 장착된 첫 랭글러는 1949년까지 4년간 생산됐다. 1948년 출시된 두 번째 모델은 첫 모델과 거의 동일했지만 전면 유리를 통유리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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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선보인 CJ-3B는 1968년까지 미국에서 15만5494대가 생산됐다. 신형 4기통 엔진인 ‘허리케인’이 장착돼 후드(보닛)가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CJ-5는 CJ-3B보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차축 사이 간격)와 전장(길이)이 길어졌다. 엔진과 시트 등도 개선됐다. 이 차량은 1983년까지 30년이 넘는 기간에 60만 대 이상 팔려나갔다.

1976년에는 20여 년 만에 디자인이 대폭 변경된 CJ-7이 출시됐다. 이 차량부터 지금의 랭글러 디자인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1981년 출시된 CJ-8은 CJ-7과 비슷했지만 휠베이스가 더 늘어났다. 스크램블러라고도 불린 CJ-8은 하드톱과 소프트톱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생산 대수가 3만 대가량에 그쳐 현재까지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모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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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지프에서도 안락함을 추구하면서 CJ 시리즈는 1987년 생산이 중단되고 랭글러가 세상에 등장했다. 랭글러는 CJ-7과 비슷한 외형을 선택했지만 기계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차였다. 1997년형 랭글러는 CJ-7과 비교해 차량 부품이 80% 이상 달라졌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올 뉴 랭글러

올 뉴 랭글러는 2006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2007년형 랭글러가 공개된 이후 11년 만에 나온 완전 변경 모델이다. 랭글러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23만4990대가 판매됐다. 한국에서는 1425대가 판매돼 전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40.6% 늘었다.

올 뉴 랭글러는 CJ모델의 전통을 계승해 7슬롯 그릴, 원형 헤드램프 등 고유 디자인을 유지했다. 올 뉴 랭글러 사하라와 루비콘 모델에 적용된 LED(발광다이오드) 램프와 안개등은 흰색 빛을 내뿜는다. 뒷좌석 레그룸(다리를 놓는 공간)은 이전 모델에 비해 더 넓어졌다. 2열 시트를 접으면 넓은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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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랭글러의 모든 모델에는 ‘트레일 레이티드’ 표식이 달려 있다. 이 표식은 캘리포니아의 루비콘트레일 등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오프로드 코스에서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에만 부착된다.

올 뉴 랭글러에는 기존 6기통 엔진의 성능을 뛰어넘는 2.0L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연료 효율은 최대 36% 향상됐다. 엔진에는 8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려 최대 272마력의 힘을 낸다.

올 뉴 랭글러에는 75가지 첨단 주행 및 안전 보조기술이 들어갔다. 오프로드뿐만 아니라 일상 및 장거리 운행에서도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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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모델에도 적용되던 크루즈 컨트롤과 전자 제어 전복 방지,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와 함께 사각지대 모니터링과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추가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폰 사용을 돕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기능도 추가됐다. 루비콘과 사하라 모델에는 스마트키 시스템과 앞좌석 열선 시트와 열선 내장 운전대 등이 기본 제공된다. 차량 가격은 트림(세부 모델)별로 4940만~6140만원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