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 신흥국의 성장성에 베팅한 펀드 투자자들도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에 짓눌린 신흥국 증시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5월 아르헨티나에 이어 최근 터키의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불확실성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중국 주식형펀드는 최근 한 달간 평균 7.97%의 손실을 냈다.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일로를 걸은 최근 6개월 동안의 손실률은 19.2%에 달한다.

중국·베트남 펀드 투자자도 '한숨'
중국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은 작년 한 해 35% 수익을 벌었다가 올 들어 늘어나는 손실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중국 증시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심해지면서 올해 고점 대비 26% 폭락했다. 중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나 대출 확대 등 경기부양 대책으로 반짝 오를 때도 있었지만 ‘약발’은 오래 가지 못했다.

베트남과 러시아, 브라질 등 다른 신흥국 투자자들도 가슴을 졸였다. 미 달러 강세로 외화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외국 자본의 유출 가능성도 커지면서 증시가 힘을 못 쓰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높아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6개월간 베트남 펀드는 -12.17%, 러시아와 브라질 펀드는 각각 -14.35%와 -28.10%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흥국 불확실성이 걷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많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 시행 시점이 예정보다 미뤄지는 등 일시적 호재로 신흥국 증시가 단기 반등할 수는 있지만 반등의 성격이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 박스권 내 등락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이 신흥국 투자를 시작하기 좋은 시기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신흥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언제부터 다시 오를지를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며 “지금부터 신흥국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