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가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87)의 형사재판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26일 민정기 전 비서관 명의로 입장을 내고 남편의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을 공개하며 법정 출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이런 정신건강 상태에서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고, 그 진술을 통해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 불려 나와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되풀이하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국민도 보길 원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27일 오후 2시30분부터 사건을 심리할 예정이었으나 전 전 대통령 측이 하루 전에 불출석을 예고하면서 피고인 없이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 5월 불구속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은 재판 준비를 이유로 두 차례 연기 신청을 해 5월과 7월 각각 열릴 예정이었던 재판이 차례로 연기됐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