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독립유공자·유족 초청
의병장 허위 선생 현손 소피아씨 "명문가 후손 자부심 잊지 않아"
안중근 의사의 증손자 토니 안 씨는 14일 청와대가 마련한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장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암울했던 시기에도 희망의 씨앗을 심고 키워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국적의 안씨는 미국 통신 업체 AT&A에 재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를 주제로 안씨 등 독립유공자 및 유족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대접했다. 독립유공자·유족 143명과 문 대통령에게 포상을 받는 친수자(親受者) 8명, 국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50명, 임시정부 100주년 관련 인사 후손 10명 등 총 240명이 참석했다.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찬·이종광 씨, 의병장 허위 선생의 현손녀 키가이 소피아 씨 등 국내외에 거주하는 후손들이 초청됐다.
석주 이상룡 선생의 손자며느리 허은 여사 등 여성 독립운동가 후손 5명도 참석했다. 허씨의 아들인 이항증 씨는 “금석지감(지금과 옛날을 비교할 때 떠오르는 감회)이 있다고 할까, 6·25전쟁을 전후해 고생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쳤다”며 소감을 밝혔다. 석주 선생은 99칸의 대저택 임청각을 처분하고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만주 무장투쟁의 토대를 마련한 독립운동가다. 이씨는 “독립운동가의 의식주 문제를 여성들이 다 해결했다”며 어머니를 떠올렸다. 정부는 15일 허 여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한다.
키가이 소피아 씨는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기념식 전날인 13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뿔뿔이 흩어져 고통과 시련의 세월을 지냈지만 독립운동 명문가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늘 잊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으로 나라를 찾고 임시정부로 대한민국 법통을 세운 자랑스러운 조국 역사는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만든 것”이라며 “내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는 북한과 공동사업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